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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r 29. 2022

5살 꼬마가 당근 케익을 고른 이유는

나란히 놓인 토끼 두마리

마 전 첫째의 생일이었다. 나는 직접 케이크를 고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빵집으로 갔다. 워낙에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한껏 들떠있었다.


빵집에 도착해 첫째에게 먹고 싶은 케이크를 골라보라고 했다. 물론 어떤 케이크를 고를지는 이미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딸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생크림 딸기 케이크를 고를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당근케이크가 있었다. 당근케이크?

나는 평소 즐겨먹지도 않는 당근케이크를 고른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당근케이크를 골랐어?" 그러자 아이는 옆에 따라온 동생을 보며 말했다.


"저 케이크 위에 토끼가 있어."


그제야 나는 첫째가 당근케이크를 고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당근케이크 위에는 귀여운 토끼 인형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째는 토끼를 너무도 사랑하는 아이였다. 둘째는 오빠가 가리킨 케이크를 보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나는 감동으로 벅찬 마음을 애써 누르고 혹시 몰라 네 생일인데 정말 딸기 케이크를 안 사도 괜찮겠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아이는 마음을 정한 듯 당근 케이크를 외쳤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예뻤던지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토끼 하나를 더 구해오셔서 케이크 위에 토끼 두 마리를 사이좋게 꽂아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가끔 어른이 된 우리는 현란한 말들로 각자의 마음을 표현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마음을 드러내려 하지만,

자신의 생일에 동생이 좋아하는 토끼가 올려진 케이크를 사는 아이의 마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동생이 좋아하는 토끼가 올려진 케이크를 사겠다는 고작 5살이 된 오빠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나는 당근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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