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밭에서 뱀을 봤다.
봉숭아를 심으면 뱀이 안 온다고 한 것 같은데.
손과 발이 없어도 자유로운 뱀.
손과 발이 없어서 자유로운 뱀.
"뱀은 물결 같아"
"응. 진짜."
언니가 뱀이 물결 같다고 했다.
책 정리를 하다가 옛날 책갈피를 발견했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면 하나씩 끼워주던 책갈피.
자연 사진이나 어딘가 싱거운 그림 위에
좋은 구절이 적혀 있었다.
막 예쁘지는 않았지만 서점에서 받는 책갈피를 좋아했다.
책을 사면 계산대의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책갈피를 아무거나 골라 책 사이에 끼워줬다.
서점 이름이 인쇄된 부스럭거리고 빳빳한
흰 비닐 봉투에 담긴 책을 들고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 책갈피를 뽑아보았다.
뒤를 돌려보면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안경을 썼던 서점 언니의 얼굴까지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