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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잘 빨개지는 마을의 이장님
by
돌강아지
Dec 22. 2021
언젠가 시장에서 감을 샀다.
감 파는 언니가 봉지에 감을 정말 많이 담아줬다.
그 언니의 시어머니인지
어머니인지 모르겠는데
옆에서 할머니가
내게 감
봉지를 건네주는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
"얘 감을 너무 많이 담았다"
그랬더니 언니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저번에도 사가셨던 분이라서요"라고 했다
.
할머니가 전혀 혼을
낸 게 아니었는데 언니의 얼굴이 빨개졌다.
오랜만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을 봤다.
노발대발하며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봤어도
작은 일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
저번에
왔었
다고 감을
대책 없이 많이 넣어주고,
감을 너무 많이 넣었다고 하니까 얼굴이 빨개지던
서툰 언니가 귀여웠다
.
아무래도 나는 얼굴이 잘 빨개지는 사람이 편하고 좋다
.
예쁘네요 칭찬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먼저 인사를 건네면 얼굴이 빨개지고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별일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
조금만 건드려도
톡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좋다.
얼굴이 잘 빨개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이장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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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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