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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어쩐지 위로가 되는 것들


얼마 전에 엄마와 언니랑 저녁에 자전거를 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까 은행나무 사이로 별이 많이 보였다.



카메라가 있어서 혹시나 별이 나올까 하고 찍어봤는데

사진 속에 엄청 많은 별이 찍혀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눈으로 볼 때는 이렇게나 많지 않았는데...!


별이 많이 보이는 날이라고 해도

서른 개 정도 떠있는 것 같았는데

사진을 확대하니까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있었다.

카메라는 어떻게 나보다 별을 더 잘 보는 걸까.


눈으로 보는 몇 개의 별만 보고

오늘은 별이 많다고 생각한 나를,

별들은 얼마나 우습게 여겼을까.



사진 속 별들을 보면서

보이는 별보다 보이지 않는 별들이 더 많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뭔가 다행으로 느껴졌다.


좋은 것들이 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다는 거니까.



우리 집 현관문 틈에 민들레 하나가 자란다.

엄마가 해마다 뽑는데도 해마다 새잎 새 꽃을 피운다.

뽑는다고 뽑는데 뿌리가 돌 틈에 박혀서 완전히 뽑히지 않기 때문이다.

저번에 잎사귀를 뜯긴 민들레는 다시 새잎을 올리더니 

이번 가을 두 번째 꽃을 피웠다.

안쓰럽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민들레는 좁은 틈에 뿌리내린 덕분에

뿌리째 뽑히지 않을 수 있었다.

좁은 틈이 오히려 민들레를 지켜주고 있었다.



저번에는 읍사무소를 갔는데 누가 엘리베이터를 잡아줬다.

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지만

그래도 참 기분이 좋고 따뜻했다.


하늘의 별이나 틈에서 자라는 민들레,

누군가가 잡아주는 엘리베이터,

그런 것들이 뭔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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