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강아지 Dec 22. 2021

고구마 줄기

고구마밭의 이파리가 무성해지면 풀벌레들이 운다.

정확히 언제라고 할 수 없지만

고구마밭이 무성해지면 풀벌레들이 우는 것 같다.

모기 때문에 오래 있을 수는 없어도

가까이 앉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 내 몸까지

째르릉 째르릉 진동하는 것 같다.

방에서 창밖으로 들을 때와 많이 다르다.

활짝 핀 소리의 정원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고구마 줄기를 많이 먹을 수 있다.

이파리 부분을 똑 꺾어서 밑으로 쭉 잡아당기면

껍질이 벗겨진다.

시장에서 파는 고구마 줄기는 껍질을 까서 팔아서 좋다.


조림, 볶음, 나물, 김치.

조림은 두부를 같이 넣어도 맛있지만 고구마 줄기만

넣고 해 먹어도 참 맛있다.

그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고구마 줄기 김치다.

소금에 절이면 금방 숨이 죽는데 깍두기처럼 소금으로 김치를 담으면 개운하고 아삭아삭 맛있다.


나는 고구마 줄기도 좋아하지만 미역줄기도 정말 좋아한다.

만들기도 쉽고 한번 사면 양도 많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다.


시장에서 미역줄기를 매번 같은 할머니에게서 산다.

할머니 등이 거의 기역 자로 굽으셨다.

할머니는 할머니가 파는 미역줄기가 완도산이라는 걸

무척 뿌듯해하신다.


사러 갈 때마다 완도산이라고 말씀하신다.

상자에 적힌 이름까지 보여주며 몇 번이고 말씀하신다.

사러 갈 때마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어딘지 귀엽게 느껴진다.


미역줄기 하니까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생각난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미역줄기 볶음이 나오면 잘 먹었다.

미역줄기 볶음을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리던 내 친구.

정사각 모양의 큐브 mp3로 노래를 들었고 

손이 길고 예뻤다.


참 사소한 것에 기억들이 숨어있다.

작가의 이전글 탱자 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