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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강아지 Dec 22. 2021

탱자 향


엄마와 언니랑 운동 갔다가 탱자를 몇 개 따왔다.

탱자는 왜 이렇게 가시가 많은지

그 가시가 자기 자신은 안 찌르는지 궁금하다.

신기한 게, 엉망인 듯 우거지고 비좁은 공간에서도

탱자들은 상처 없이 말끔했다.

탱자를 주머니에 넣어오는데 뭔가 테니스공처럼 느껴졌다.

탱자 표면의 미세한 털(?)의 느낌이 테니스공 같다.


탱자 향은 참 좋다.

이름도 꼭 어울린다.

이렇게 매우 동그란 과일이 있었던가...?

정말 동그랗다.


탱자 향을 맡으면 어릴 때가 생각난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탱자나무가 있었는데 탱자가 달릴 때면 꼭 한두 개씩 따려고 했었다.

귤나무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귤나무 같아서 좋아했다.


노란 열매가 예뻤다.

호기심에 잘라서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먹을게 못됐다.


누가 내 어린 시절을 묻는다면

나는 강아지처럼 그의 소매를 이끌고

탱자 냄새, 백합, 아카시아 꽃의 냄새와

추수를 끝낸 볏짚 냄새, 비에 젖은 흙냄새를 맡게 해 주고

빨간 찔레 열매, 망개 열매, 솔방울을 따다가 발아래에 쭉 늘어놓을 거다.


추석쯤이면 보이는 노란 탱자.

밤에 보면 꼭 보름달 같다.

보름달이 가득 달린 보름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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