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이 플랜 B였던 이유

플랜 A는 나의 계획 플랜 B는 신의 계획

by Life is pain au chocolat

돌이켜보면 나의 유학은 플랜 B에 가까웠다.

애초에 Top MBA에 갈 실력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다만 불만족스러운 나의 삶과 커리어에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것이 어렴풋한 유학의 동기였고

무조건 프랑스에 남고 싶다는 것이 떠나기 직전의 결기였다.


스스로를 희미하게 실패자처럼 느끼는 인생의 구간이었다. 친구들과 회사 동기들은 내 용기와 실행력을 응원했지만 한국사회에서 실패할 것 같은, 내가 원하는 것 만큼 못 이룰것 같은 느낌을 견딜 수 없어 뛰쳐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유학을 시작했고 한 순간도 순탄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비드가 시작되고 학기 중 절반이 넘는 친구들의 고국으로 돌아갔다. 2020년 7월 말 마지막 수업을 종료함과 동시에 극적으로 리옹에 있는 프랑스 스타트업에 취업이 됐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한국인을 찾는 프랑스 회사, 심지어 파리도 아닌 리옹에?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형편없는 인터뷰 스킬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아니었다면 과연 당시에 취업을 할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덕분에 동기 중 두 번째로 CDI (Permanant) 취업이 되어 4년짜리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근데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좋좋소라 회사 경영이 난장판이었다. 경영난을 이유로 회사가 아시아 사업을 접으면서 11개월 만에 해고를 당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또한 잘된 일이었다. 먼저 짤린 보스는 회사와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을만큼 회사가 개판이었는데, 나는 해고된 덕에 4년짜리 취업 비자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고, 실업급여도 생활+저축이 가능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자존심에 상처는 입었다. 내 생애 처음 겪어보는 해고라니.


11개월 간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취업을 시도했는데 걱정과 여유를 오가다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2022년 7월에 나의 마지막 실업급여를 받고, 그간 저축한 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헤아리고 있는데, 그런데 또 말도 안되게 8월 중순에 현재 있는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게 됐다. 올해 초에는 승진까지 하며 3년 째 다니는 중이다.


Plan A는 나의 계획 Plan B는 신의 계획

유튜브를 보다 이 댓글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껏 플랜 B를 잘못 해석하고 있었구나. 누가 처음 했는지 몰라도 너무나 맞말이다.

누군가 이순간 자신이 세운 플랜 A에 좌절하고 플랜 B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면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 까짓거 그거 그냥 지금 바로 질러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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