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당신만은 기억해 준다면

책리뷰 기획.1 > 2023년 나에게 온 책 첫번째, <기억의 목소리>

by 조양제


<기억의 목소리>를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보았습니다. 사물에 스민 제주 4.3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들여다보았습니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일어난 몰상식, 비상식, 무지몽매함, 억울함, 어이없음의 극치를 보여준 한국현대사의 피맺힌 아픔이 담긴 사건. 이때 빨갱이로 몰려 죽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보도연맹 사건까지 포함하여 당시 우리나라 전역은 그렇게 죽어간 분들의 억울함으로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4.3은 끔찍한 학살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얼마 전에 암으로 돌아가신 고현주 누님의 책이어서 더 소중하게 봤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그 누나가 아픈 몸을 이끌고 또 다른 아픔의 흔적을 찍으러 돌아다닌 겁니다. 가뜩이나 아픈 사람이 아픔의 역사를 찍으면서 자기 몸속의 암세포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걸 막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온 유품들, 흔적들은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소중한 기억이고 또 한편으로는 트라우마일 겁니다. 물건에 관해 인터뷰를 하면서 또 얼마나 아팠을까 글과 사진 사이의 여백이 먹먹함으로 다가옵니다.


저고리, 비녀, 숟가락, 물옷, 엽서, 성경책...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분들이 아닌 사람들의 그 작은 일상들이 슬픈 얼굴로 우리 앞에 섰습니다. 작가가 에필로그에 쓴 이 말. “삶의 최소 단위들이 유지되는 것이 평화는 아닐까”라는 말에 심하게 공감합니다. 그 최소함을 한 순간에 빼앗아 간 사건을 우리가 어찌 잊을 수 있습니까. 인터뷰에 응하신 분들이 대부분 6살에서 10살 사이, 아주 어렸을 때 아픈 기억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나이 70, 80이 되어 어렵게 꺼냅니다. 아버지, 엄마의 유품들을 만지작 거리며. 작가는 책의 끝 페이지에 이렇게 적습니다. “ 책을 읽는 당신만은. 기억해 준다면. ” 아, 기억해 주고 말고요. 제주 4.3은 매년 4월 3일에 기념하듯 기억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인간이 얼마나 무식해질 수 있는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사건입니다.


대한민국의 빨갱이 트라우마가 한국전쟁 이후라 생각하십니까? 이미 한반도 남단은 전쟁이 나기 전부터 빨갱이 몰이로 온 국토가 피비린내 나는 빨간 나라였습니다. 보도연맹으로 빨갱이로 몰려 집단 수장된 사람들은 마산 앞바다에서 일본 대마도까지 흘러들어갔다고 합니다. 이 책에도 바다에 던져진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가 나옵니다. “ 내가 제일 억울한 거는 우리 어머니 바다에 던져진 거...바람 불어 파도치면 이 돌에도 가 다치고, 저 돌에도 가 다치고...큰 고기들, 상어 같은 거 보면 ‘저것들이 우리 어머니 다 먹어버렸겠지’ 그래서 내가 멸치고 뭐고 바당고기를 일절 안 먹어. ”


이 책을 보고 제주 4,3 관련 영화를 검색했습니다. <레드헌트> <끝나지 않은 세월 >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 비념> <오사카에서 온 편지> 등이 있습니다. 혹시 넷플릭스에도 있는가 찾아봤는데 미국 회사라 그런지 완벽하게 검색 안 됩니다. 4.3 관련해서 그동안 책도 많이 나왔습니다. 소설로는 그 옛날 현기영 선생님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의 작가들이 말했듯이 단 한 사람이라도 제주 4,3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도 이 책에 대한 기억을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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