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읽은 21권의 책
2025-2026 winter books
나사의 회전 _헨리 제임스
하얀 성 _오르한 파묵
살아있는 산 _낸 셰퍼드
흐르는 강물처럼 _셸리 리드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_사드 카하트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_안규철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_후안옌
일상적인 삶 _장 그르니에
몰입 _패티 스미스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_아서 코난 도일
네버 라이 _프리다 맥파든
레드 수도원 연대기 1 _마리아 투르트샤니노프
가을 _앨리 스미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_한강
하루 클래식 공부 _글릿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_미카엘 로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트리 _오오데 유카코
내가 만일 나무라면 _필라프 로페즈 아빌라, 지나 로사스 몬카다
지중해가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_이리에 마사유키
가우디 예언자적인 건축가 _필립 티에보
소설 8권, 비문학 10권, 시 1권, 그림책 2권
달력을 바꿔달고 새해 다짐이 무색하게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었다. 읽지 않고 넘어가는 하루도 많아 독서에 게을렀다 생각했는데, 모아보면 많은 것이 독서노트를 정리할 때의 묘미.
이번 독서노트에는 유난히 좋은 책이 많았다. 여행지로 향하는 기차에서, 난방이 과한 도서관에서, 일상과 일상 사이. 별로인 날의 나와 그저 그렇다가도 꽤 뿌듯한 날들 사이에서도 틈을 메꿔준 글자들.
이런 경우 독서의 목적은 삶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당신이 택한 길과 관련이 있는 진지한 책 한 권을 잘 선택했다면 때로 독서는 삶이라는 여정을 이끄는 이정표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으리라. _<일상적인 삶> 장 그르니에
오래된 소원 중 하나인 이북을 마련했으니, 독서노트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나중에 이 글을 들춰볼 나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일지 물어보며, 이정표가 될 겨울의 독서노트야 떠나라!
나사의 회전과 하얀 성은 결산 2025의 책 분야에 소설로 등장했다. 한 해의 마지막에 만난 제일 좋았던 소설 두 권.
나사의 회전 _헨리 제임스
19세기에 쓰인 오래된 소설.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처럼 귀신의 집 소설의 원형이라고 한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답게 챕터의 마지막마다 드라마 같다. '우리 둘이 남게 되었네요'라는 대사로 맺었을 때 소리 지르며 당장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저택에 가게 된 선생님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어린아이들의 거짓말, 순수한 영악함이 스산한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유령이 실제 하는가, 실제 하지 않는가. 진실을 파헤치며 나사처럼 회전하여 조여들어간다. 파묘나 곡성도 미스터리 한 존재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간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억눌린 상황에서의 심리 묘사도 인상적이었는데, 작가의 형이 저명한 심리학자였다고 하니 연관이 있겠다.
결말을 봤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책을 언제나 기다린다. 내용을 살짝 잊었을 때쯤 다시 한번 읽어야지!
하얀 성 _오르한 파묵
오르한 파묵의 여러 책을 시도하다가 드디어 성공. 터키에서 봤던 모스크, 카펫, 옷감들의 여러 패턴들이 떠오르는 문체가 돋보인다.
이탈리아인과 터키인. 아주 닮은 두 사람의 생이 어떻게 연결되었다 흩어지는지를 다루었다. 서로를 관찰하다 같게 여기며 바꾼 채로 살아가기도 한다. 책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던 초반 부분, 그리스 섬에서 행복했던 날들을 회성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중간에 개종을 거부하며 창밖을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좋아 눈으로 돌아가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특히 골풀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착) 순간 그 문장으로 들어가 혼돈스러운 상황에도 페르메이르의 그림처럼 평온한 풍경 앞에 서서 바람을 맞는 듯했다. 이야기의 마지막 문단으로 다시 등장한다. 공을 들인 문장은 여러 글자 사이에 툭 두어도 반짝거린다.
탁자 위 자개 쟁반에는 복숭아와 체리가 놓여 있었다. 탁자 뒤에는 골풀로 짠 긴 의자가 있었고, 의자 위에는 초록색 창틀과 같은 색의 새털 쿠션들이 놓여 있었다. 곧 일흔 살이 될 나는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 뒤로 우물가에 앉은 참새와 올리브 나무와 체리 나무가 보였다. 이것들 사이에 서 있는 호두나무의 꽤 높은 가지에는 긴 끈으로 묶은 그네가 희미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작가가 살아온 배경처럼 동서양의 갈등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고, 두 나라의 17세기 역사도 반영되어있다고 한다. 어쩌면 시간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어떤 시간들은 밀도 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반면, 한없이 느리게 뭉쳐져 있는 순간들 또한 흐른다는 것을 텍스트로 체험했다. 너무 닮다 못해 자아와 유리된 것처럼 스스로나 상대방을 바라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 분열된 스스로와 화해하는 내용으로 해석해보기도 했다. 하나의 내용으로 여러 생각이 오간다는 점에서 우화와 같은 이야기였다. 작가의 다른 책인 '눈'을 읽어봐야겠다.
살아있는 산 _낸 셰퍼드
책에서 깨끗하고 차가운 바람이 깊게 불어온다. 건조하지만 뱃속을 깨우는 맑은 겨울 공기 같은 책.
스코틀랜드의 캐언곰 산맥을 배경으로 작가의 체험이 펼쳐진다. 고원을 걷는 기분을 글자 속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시기에 읽은 다른 책과 연결되어 방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_셸리 리드
이북으로 완독 한 첫 책. 매일 같은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인디언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며 아이를 가지게 되고 일어나는 평생의 일들을 콜로라도를 배경으로 풀어냈다. 콜로라도는 실제로도 이제는 댐이 되어 수몰된 장소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인디언, 댐 건설, 정부와의 갈등, 대학에서의 연구, 히피와 마약, 베트남 전쟁 등 많은 역사적 사건이 짜여있다. 읽으며 상상되는 필름 영화의 색감이나 주인공이 겪는 서사가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했는데 찾아보니 비슷한 시기를 다루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무슨 상황인지 영 모르겠다는 듯 아벨은 자꾸만 걸음을 멈췄다. (...) 내가 먼저 배운 교훈을 돌멩이에 담아 힘껏 아벨에게 던졌다. 이 세상의 모든 선을 이기는 건 악이라고.
한겨울부터 이듬해 여름을 준비하는 숲처럼 내 안에서도 슬픔의 진창 사이로 실낱같은 행복이 피어올랐다.
나는 돌멩이 하나를 내려놓듯 아기를 내려놓았고, 딸각 자동차 문을 닫고, 그렇게 내 아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어떤 존재가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라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우리 둘은 갑작스러운 돌풍에 서로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서로를 붙들고서 그동안 우리가 주고받았던 모든 잔인한 아픔 속으로 오랫동안 파묻혀 들어갔다.
중간중간 느껴지는 슬픔들이 결국 복숭아로 소화된 주인공의 슬픔이 느껴져 훌쩍이며 책을 봤다. 최고 눈물은 키우던 말, 아벨을 쫓아내기 위해 돌을 던지던 부분. 동물 나오면 너무 슬퍼! 실제 작가가 집필을 하는 와중에 마주친 사슴 세 마리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폰데로사 소나무를 좋아하고, 50대에 첫 소설을 썼기 때문에 오랜 시간 '형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고민할 수 있고 관찰했다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쉽고 흡입력이 있었다. 마지막에 독자들을 위한 독서모임 가이드가 있는 것도 귀엽고 친절한 포인트!("어린 시절의 풍경은 우리를 창조한다. 그 풍경이 내어주고 앗아간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되어 우리 가슴에 남고, 그렇게 우리라는 존재를 형성한다"는 빅토리아의 말에 동의하나요?) 마음속 책장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스토너, 야생의 위로 곁에 꽂아본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_사드 카하트
피아노를 수리하는 작은 공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주인공 뤼크와 피아노 그 자체에 대한 애정, 파리의 네트워크, 피아노를 소유하는 것 또 연습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읽기 편안하지만 짜임새 있고 다채로운 주제가 악보처럼 펼쳐진다. 피아노 공방의 뤼크는 마치 지팡이의 마음도 고려하여 지팡이를 엄선해 주는 올리밴더가 떠올랐다.
삼 년째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강렬하게 피아노를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에게도 이런 피아노 공방과 플레옐 피아노 같은 운명이 찾아오려나, 봄에는 꼭!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_안규철
2014년 전시의 도록이다. 이 무렵 본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로 인해 흠뻑 빠진 현대미술 작가. 찾아보니 벌써 10년 전 전시이다. 그 이후로 나온 책과 전시들을 부지런히 보았는데, 이번에 예전 도록을 우연히 마주하여 읽게 되었다. 지난 전시의 도록을 읽는 묘한 기분을 아시나요. 이미 사진 속으로 사라졌지만 물성으로 만져지는 체험이 가능하다.
미술 작가의 노트에는 글뿐이고, 시인의 노트에는 그림뿐이라더니, 단상을 담은 글과 짧은 스케치를 많이 남겼다. 그것을 작품으로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관찰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서문에 다른 사람들이 써 준 글 또한 친절한 해설 같아, 농담 같은 안규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폭넓은 도움이 되었다.
첫 번째 개인전 도록에 제 작품을 두고 '화려하게 차린 음식이 아니라 딱딱하고 질겨서 오래 씹어야 하는 소박한 음식'이라고 쓰기도 했는데...
미술 작품이 그런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미술이 아닌지 모른다. 그러기에는 나의 작업과 관심사들은 너무 세속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아름다움이라면 달빛이나 바람, 노을이나 바위같이 지금 있는 것들로 충분할 것 같다. 거기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인가. 막연하지만, 자신의 궤도를 가지고 있는 달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잠 못 들게 하듯이, 하나의 작품, 한 사람의 영혼의 궤적이 그런 빛을 저절로 발하는 그런 상태를 꿈꾸어본다. 그러기 위해서 미술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잊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박이소라는 작가이자 친구의 죽음을 겪고 만든 작품 이야기. 친구의 작품을 유리병에 넣고 지피에스를 달아 태평양으로 보내 자발적 실종을 일으켰다. 상실을 마주하는 자세를 배웠다. 토스트 드로잉의 일상적인 유머도 반가웠다.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그 남자의 가방. 두 권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_후안옌
오랜만에 검색해서 찾아 읽은 책 두 번째. 이 책의 부제는 ‘일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품위에 대하여’이다.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의문스러운 상황의 연속에도 작가는 묵묵히 일을 한다.
갈수록 나는 경제적 각도에서 문제를 보고 비용의 관점에서 시간을 따지게 되었다. 이를테면 1분이 0.5위안이므로 소변보는 비용은 화장실이 무료라도 2분은 걸리니 1위안이었다. 점심 식사는 기다리는 10분을 합쳐서 20분은 걸리므로 시간 비용이 10위안이고 15위안짜리 덮밥을 사 먹었다면 25위안이었다. 그건 내 기준에서 사치였다! 그래서 늘 점심을 건너뛰었다.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1위안은 대략 250원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택배 배달을 하다 집에 가서 대충 끼니를 채우고 다시 출근하는 과정을 읽다 힘이 들어 덮었다. 내 팔이 짓눌리고 소금기 있는 조끼가 죄어오는 느낌. 그럼에도 마저 돌아오게 한 힘은 이 모든 것을 기록한 성실함에 있다. 거대한 시스템과 자본주의의 바퀴 사이에서 노동하는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나는 어떻게 왜 일하고 있지?
일상적인 삶 _장 그르니에
그러므로 순수하게 부정적인 침묵은 존재하지 않는다.... 침묵의 순간이 과거를 환기시킬 때, 그것이 늘 해오던 습관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그 침묵은 과거를 회상하는 말보다도 더 큰 의미를 담는다.... 침묵이 미래를 향할 때는 향수가 아니라 호기심이, 때로는 불안이 스며든다. _침묵 중에서
읽기는 '부수적인' 현상이다. 누군가 먼저 무언가를 써놓은 다음에야 읽기가 가능해진다.... 읽기는 그 창조를 발견하는 행위일 따름이다. 그러나 발견이 없이는 창조도 있을 수 없으니, 이 둘은 서로 돌고 도는 셈이다. _독서 중에서
이런 경우 독서의 목적은 삶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당신이 택한 길과 관련이 있는 진지한 책 한 권을 잘 선택했다면 때로 독서는 삶이라는 여정을 이끄는 이정표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으리라. 만약 독서라는 것이 오히려, 육신과 정신 둘 다를 가지고 겹으로 여행할 줄 아는 독자란 애초에 없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 아니라면. _독서 중에서
좋은 페이지를 찍으려다 전부 스캔할 뻔했다. 프랑스의 철학, 미학 작가(카뮈의 티쳐)가 여행, 산책, 포도주, 침묵, 독서, 수면 등 열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짧게 생각을 풀어낸다. 하나의 주제라는 큰 덩어리를 작게 작게 묶어 설명한다. 언제나 마음 깊이 좋아하는 김소연의 마음사전, 한 글자 사전을 다시 읽어야지.
몰입 _패티 스미스
로커이자 시인. 벌써 멋있다!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을 우연히 마주친 무언가 들로 풀어낸다. 원제의 제목은 Devotion. 헌신, 전념, 몰두라는 뜻이다. 몰입하는 시간이 이로울지 해로울지. 예술(뿐만 아니라)에 미친 사람들은 신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안 하면 마음이 죽어버리니까!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_아서 코난 도일
요즘 ott에서도 볼 게 없는 기근 상태. 콘텐츠 서퍼(김민경 편집자님 사랑단)라면 이런 상태를 무조건 공감하게 될 테다.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가 한참 외국 드라마에 빠져있었는데, 꼭 보라며 멱살을 잡아다가 모니터 앞에 앉혀주고 틀었던 드라마가 바로 셜록이다. 한두 편 보다가 시큰둥해서 말았는데(대신 화이트 컬러를 봤다. 주인공이 더 잘생김) 대기근을 맞아 새로운 파먹을 것을 뒤지다가 셜록 드라마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2화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기가 믿기지 않는 세련된 색감, 촬영방식, 화면 전환 같은 편집 등에 침 흘리며 1화를 집중해서 보았다. 추억을 살려 책 중에 마땅한 전집을 발견 후 정주행 시작했다.
드라마를 보고 책을 보니 드라마가 현대적으로 각색한 점들과 원작과 유사하게 남겨두려고 한 포인트들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을 연재되던 당시에 조금씩 읽었다고 생각하면, 홈즈가 죽었을 때 차라리 실제 사람을 죽이는 게 나을 만큼 엄청난 양의 악플 편지를 받았던 것도 이해가 된다. 책으로 보니 진짜 묘미는 사건 해결이 끝난 후 풀어주는 뒷 이야기에 있다. 남은 시리즈들도 언젠간 독파해야지!
네버 라이 _프리다 맥파든
한때 탐닉했지만 긴 시간 시큰둥했던 추리 스릴러 소설. 셜록의 여파로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도전했다. 보통 도서관에서 제목이나 분야를 보고 고른 책을 보는데 이 책은 오랜만에 검색해서 찾은 책이다.
언제나처럼 자기 전 누워서 봤는데 한 시간 만에 다 읽을 만큼 얇고 몰입감이 있어 사람들에게 왜 인기가 있었는지 느꼈다. 짧은 챕터가 반복되고 순서대로 미스터리가 풀린다.
우리 집은 주택이고 밖엔 눈이 와 있었고, 늦은 밤이었다. 괜히 주변을 힐끔거리며 밖의 개 짖는 소리에도 흠칫하게 된 어느 밤의 책 읽기 시간! 고양이에게 의지했지만 내가 저 친구를 지켜줘야 한다는 진실만이 남아 더 무섭게 했다.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내적 소리 꽥 질렀다. 어후 소름 돋아! (찾아보니 작가가 실제로 의사라고 한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정신과 의사다, 신기하여라)
레드 수도원 연대기 1 _마리아 투르트샤니노프
표지가 흥미로워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청소년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릴 적부터 나의 DNA를 구성해 온 여러 책 중 한 권인 '물의 여왕'이 떠올랐다. 그 배경이 베네치아였다면 레드 수도원의 배경은 북유럽 어딘가의 섬을 떠오르게 한다. 드래곤 길들이기에 등장할 법 한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가 가까운. 작가가 핀란드 사람이라고 하니 그런 풍경을 상상하며 읽었다.
총 3부작으로 그중 1편인 마레시와 소녀들을 읽었다. 여자들만 출입 가능한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고, 그렇다면 꼭 누가 또 들어오겠지. 파괴되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 교훈도 녹아있다. 영화화 중이라고 하니, 주인공들의 캐스팅이 잘 되길 바라본다. 물의 여왕을 다시 읽어야겠다. 잊었던 유전자 찾으러 갑니다...
가을 _앨리 스미스
계절 4부작의 시작인 책. 언제나 일상을 뒤흔들 장편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에게 오랜만에 발견된 연작 소설이다. 퍼즐 같은 전개가 가장 먼저 다가왔다.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부서진 기억들을 천천히 꿰어나간다. 마을의 미스터리 한 인물인 대니얼과의 오랜 시간을 다룬다. 시대와 맞물려 나는 자랐고 또 누군가는 늙고 시간은 흐른다는 것.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지 궁금하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_한강
읽으며 밑줄 친 부분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 아이가 지어준 내 이름이다
흑과 백 / 그 사이 수없는 음영을 따라 (저녁의 소묘 중)
오늘은 / 목소리를 열지 않았습니다
거울 저편의 겨울
가거라 / 망설이느냐 / 무엇을 꿈꾸며 서성이느냐
캄캄한 불빛의 집
하루 클래식 공부 _글릿
음악을 전공한 두 저자가. 매일 추천하는 음악. 짧은 글과 함께. 선정이 다채롭고. 성악, 여성, 유색인종, 다양한 악기의 클래식 음악을 소개. 카드뉴스처럼 매일 받으면 좋겠다! 민음사 일력처럼 만들어주세요.
읽으며 따로 표시한 것
프란체스코 스키라, 나는 꿈을 꾸었네
이것은 체코 음악이고,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_드보르자크
에드바르 그리그, 서정 소곡집 작품 54 4번 녹턴
음악은 공기 중에 있다,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갖고 싶은 만큼 가지면 된다. _엘가
헨리 퍼셀, 요정 여왕 작품 629 요정을 위한 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7번 왈츠 2
요한 요아힘 크반츠, 플루트 협주곡 G장조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 _미카엘 로네
밑줄과 신기했던 부분들
프리즈란 항아리를 둘러싼 띠 모양의 연속무늬를 말한다. (...) 그러니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프리즈는 이 일곱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테아이토스는 정다면체가 오직 다섯 종류만 존재하며 그 밖의 다른 정다면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
명백한 진리를 수학자들은 '공리'라고 부른다. (...) 정리나 추측과 다른 점은 증명할 필요가 없고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리는 그 자체로서 참으로 받아들여진다.
점이란 부분이 없는 것이다.
자신의 생년 월인을 파이 소숫점 아래 자리에서 무조건 찾아볼 수 있다. 와우!
기하학적 변형에 따라 타일 문양은 딱 열일곱 가지 문양만이 존재.
내비게이션에서는 몇 번의 사인과 코사인 계산을 거쳐서 안내 음성이 나온다.
'-이 아닌 경우에'라는 말은 아름답지 않다. 예외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여러 가지 크리스마스 트리 _오오데 유카코
속초 여행의 기념품. 속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인 문우당 서림에서 데려왔다. 연말을 맞아 겨울 분위기가 나는 책들을 모아둔 코너에서 고른 그림책이다. 색감이 아름다워!
내가 만일 나무라면 _필라프 로페즈 아빌라, 지나 로사스 몬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따뜻한 책. 향유고래 페이지가 아름다웠다. 콜라주를 한 듯 한 표현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책 형태가 아니라 색감을 참고하기에도 좋았다. 오은 시인이 옮겼다고 하는데, <만약이라는 약>을 함께 읽어 좋았다.
지중해가 낳은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_이리에 마사유키
가우디 예언자적인 건축가 _필립 티에보
가우디를 공부하기 위해 본 두 책.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다 지어지기 전 역사의 한 점일 때, 구엘공원의 타일의 빛이 더 바래기 전일 때, 찾아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