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은 27권의 책
Autumn Books List
나무의 자리 _엠마뉴엘 케시르 르프티, 레아 모프티
내손으로 발리 _이다
Artist's Journey to Bali _Betty Reynolds
농부의 어떤 날 _민승지
호아킨 소로야 인생의 그림 _블랑카 폰스 소로야
토베 얀손 _폴 그라벳
주디스 커 _조안나 캐리
100 인생 그림책 _하이케 팔러,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 _엄혜숙
입 속의 검은 잎 _기형도
56억 7천만 년의 고독 _함성호
처음처럼 _신영복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_하재연
라틴어 수업 _한동일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_개리 풀러, T.M. 레데콥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_로빈 윌 키머러
달콤한 나의 블루캐슬 _루시 모드 몽고메리
고대 이집트 해부 도감 _곤도 지로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_캠벨 프라이스
난처한 미술 이야기 1 _양정무
언니들의 세계사 _캐서린 핼리건, 새라 윌시
프리다 _조나 윈터, 아나 후안
냄새 박물관 _강진용, 김선진
몰다우 _마르코 심사, 도리스 아이젠부르거
숲 속 산책 _토마스 뮐러
안녕 유럽 _이브나 흐미엘레프스카
오리 형제가 습지로 간 비밀 _한봉지, 국립습지센터(김태성, 양병국), 김지연
꽃을 먹는 늑대야 _이준규, 유승희
그림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은 가을.
8권의 그림책, 3권의 시집, 4권의 비문학, 소설 1권, 5권의 미술사 책, 다시 6권의 그림책으로 꾸렸습니다. 다가올 새해에도 책 속에서 만날 생각들을 기다리며.
나무의 자리 _엠마뉴엘 케시르 르프티, 레아 모프티
눈 돌아가는 별색 인쇄가 아름다운 책. 실물의 색감을 꼭 봐야 한다. 길쭉한 판형과 나무라는 주제가 어우러져 정보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전달한다. 파리의 작가들이 프랑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들을 모아 그렸다. 아카시아 나무는 완두콩 사촌이래요!
내손으로 발리 _이다
추석 연휴를 꽉 채운 발리 여행을 앞두고 좋아하는 작가의 여행기를 찾아보다. 아궁산에 얽힌 이야기와 현지 음식을 예습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솟구쳐서 아날로그 키퍼에서 사둔 스케치북과 색연필, 펜 등을 양껏 챙겼다(역시나 많이 채우지 못했다) 기록하는 자의 부지런함에 반하게 된다.이다의 내손으로 시리즈 영원히 계속되길!
Artist's Journey to Bali _Betty Reynolds
기념품으로 사 온 책도 함께 소개한다. 작가가 오랜 시간 발리에 지내며 풍경들과 현지 문화를 수채화로 그렸다. 매 여행지마다 그 나라 언어로 쓰인 책을 모으는데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어로 쓰인 서점을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방문한 서점들은 전부 영어책뿐! 발리 현지인들은 어디서 책을 사시나요?
농부의 어떤 날 _민승지
(검색해 보다 알게 된 놀라운 사실, <시원한 책>의 그림 작가님이라니! 귀엽고 유익해서 매 계절마다 만드는 화실의 소식지에도 추천 책으로 실었었다. 그림으로 참여한 다른 책인 이야기빵, 산딸기 아파트 모두 읽어보고 싶다!)
시골에 사는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림들. 너무 좋아하는 책 '우리 마당으로 놀러 와(문영미, 조미자)'와 나의 옛 브런치 글 '월간 마당'도 떠올랐다. 사과를 칭찬으로 빨갛게 익게 한 에피소드가 가장 귀여웠고, 가을 운동회 페이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솔직한 유머가 양념처럼 고르게 들어가 있으니,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 덮고 킥킥대며 읽기 좋은 책이다.
https://brunch.co.kr/@chocowasun/33
호아킨 소로야 인생의 그림 _블랑카 폰스 소로야
윤슬이 그림을 통해 내 눈까지 비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마주했던 물과 동그랗게 부서지는 햇살들의 앞에 서 있다. 아이들을 그린 그림은 이중섭이 생각났다.
2022년에 쓴 겨울의 독서노트 중 <호아킨 소로야_바다, 바닷가에서>를 읽고
무릎 위에 올려두고 봐야 하는 정말 큰 책으로 화가의 증손녀가 작품을 정리해 둔 내용이 담겨있다.
호아킨 소로야가 왜 좋으시나요?
40년 동안 개인 그림과 주문 작품을 가리지 않고 40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매우 많은 편지 (특히 아내에게 남긴)를 썼다.
세계를 다니는 일정에도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며 작업했다.
자택을 수많은 꽃으로 꾸몄다.
딸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마드리드의 미술관에 가서 바람이 부는 그림 속의 공기를 느끼는 날이 꼭 오길!
토베 얀손 _폴 그라벳
미피의 작가인 <딕 부르너> 책을 통해 알게 된 북극곰 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중 한 권. 작년의 좋았던 책에 꼽을 정도였는데 도서관에서 다른 시리즈도 찾게 되어 읽었다.
토베 얀손은 스웨덴 출신으로 무민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래 살던 스웨덴보다 당시 여러 면에서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핀란드로 이주해 일생을 보낸다. 프리랜서 작가로 다채로운 활동을 했는데 루이스 캐럴과 톨킨 작품에 일러서트를 그리거나, 대규모 공공 벽화부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정치만화까지 다루다가 말년에는 건축도 공부했다. 나중에는 오두막에서 동생과 작업을 이어나갔다. 무민은 영국 잡지의 의뢰로 연재하게 되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작업양을 선보였다.
주디스 커 _조안나 캐리
북극곰 출판사 일러스트레이터 시리즈 중 또 다른 책. 주디스 커의 유명 작품으로는 <원숭이 방주를 놓쳤어요>가 있다. 나치 비판으로 독일에서 쫓겨난 아버지와 서른 살 연하의 작곡가 어머니에게서 자랐다. 세인트 마틴에서 공습을 피해 매주 일요일마다 드로잉을 했다고 한다. 딸이 해리포터 시리즈 인물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신기한 사실! 자주 사용했다는 8B 연필도 사용해 봐야겠다.
100 인생 그림책 _하이케 팔러, 발레리오 비달리
카페에서 만난 리커버 에디션 버전의 인생 그림책. 0세부터 100세까지의 장면을 그림으로 담았다. 코 끝 찡해지는 와사비 매력.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 _엄혜숙
잡지에 실린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았다. 인터뷰와 생애를 아우르는 작가 설명과 작업실 사진들, 작품 스케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의 작업실 구경은 언제나 재밌어! 작업실이자 집인 경우가 다수였다.
히라야마 가즈코의 정원이 있는 집이자 작업실, 고미 타로의 일반 회사 같은 작업실이 기억에 남고, 좋아하는 <숲 속 요술물감> 작가의 작업실도 볼 수 있었다.
읽어보고 싶은 책
주먹밥이 데굴데굴
구리와 구라 시리즈
하아암 하품
안노 미쯔마사의 여행책 시리즈
히라야마 가즈코의 민들레
입 속의 검은 잎 _기형도
날이 쌀쌀해지니 찾게 되는 책. 가을이 되면 교향곡과 함께 거쳐가야 하는 정거장이다. 스스로를 안개 뒤에 세워두고 종이를 통해 투사된 젊은 날들. 겨울이 되어 바꾼 무거운 이불 같다. 백석 시에 부는 겨울바람 같다. 두텁게 내린 눈의 쓸쓸함 같다.
여전히 좋은 진눈깨비, 정거장에서의 충고, 질투는 나의 힘. 좋은 건 언제나 찌릿하게! 10월, 밤눈이 새롭게 좋았다.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_하재연
작품을 통해 작가를 추측하는 것이 얼마나 표면적 일지 알지만, 연결된 매듭을 찾는 것이 작은 즐거움! 이런 시를 노래하는 작가라면 뭔가 딸이 있을 것 같고 왠지 채식을 할 것 같다! (무근본 상상입니다) 전체적으로 반짝거리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른다.
어린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1부, 그림책 같은 2부, 골목에 선 3부
세계의 모든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며
연인들은 작별한다.
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듯이.
우리는 우리의 리듬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 생애를 낭비한다.
(...)
이제 정말 안녕이라는 듯이 4월의 눈이 내린다.
(4월 이야기 中)
56억 7천만 년의 고독 _함성호
오랜 최애 시인 김소연의 남편이다. 건축가인 이력이 시에도 드러난다. 아주 예전에 쓰인 책이기에 지금으로서는 낡고 고루한 표현들 주제… (창녀 어머니 음경 젖 등…) 하암... 많이 등장한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시도가 지금보다 진지했던 시절의 시를 볼 수 있었다.
서울이여, 다시 돌아왔다.
아무런 노래도 없이 세월에 빈 마음도 없이 (입성 中)
처음처럼 _신영복
이 책은 '처음처럼'에서 시작하여 '석과불식'으로 끝나고 있습니다. (...)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맑은 마음이 담긴 글과 그림
라틴어 수업 _한동일
질문하는 책. 대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듣는다면 젊은 날의 빛나는 시간이 아깝지 않겠다. 이제라도 책으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와 사막에서 의식을 잃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_개리 풀러, T.M. 레데콥
지리와 인구학을 전공한 작가가 쓴 책으로 관련된 레시피를 에피소드마다 곁들여준다. (잠 못 들 정도는 아닙니다 죄송해요 선생님) 크루즈를 타며 가벼운 강의를 듣는 분위기! 역사, 정치적으로도 지리에 대해 설명해 준다. 다만 이야기를 하다 마는 느낌, 더 자세히 말해줘 봐요! 이 책을 출발로 관심 가는 분야의 것을 더 살펴보면 좋겠다.
재미있었던 부분
매운맛 선호 지리적 공통점( 한국 베트남 멕시코 헝가리)
쿠바의 요리
미국의 공용어
골드러시와 낙농벨트
주니 프에블로 인들의 언어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_로빈 윌 키머러
기차에서 읽은 책. 자연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으로 아메리카 선주민 출신 생물학자가 쓴 책이다. 베리와 선물,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골에 살며 나누는 기쁨에 대해 체득하였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생태경제학은 지구 자연계와 인간의 가치, 윤리를 기존 경제 이론에 통합하는 신생 분야다. 밸러리는 경제학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어 한다. "삶을 지탱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방법이지. 필요한 것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는 방법이야."
작가의 <이끼와 함께>, <향모를 땋으며>를 꼭 읽어봐야겠다.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도! 충격적이라고 해서 궁금하다.
달콤한 나의 블루캐슬 _루시 모드 몽고메리
앤 시리즈 작가의 책으로 에밀리 시리즈에 이어 발견해 보게 되었다. 앤처럼 상상을 잘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겨울에 볼 책으로 추천한다.
고대 이집트 해부 도감 _곤도 지로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_캠벨 프라이스
난처한 미술 이야기 1 _양정무
이집트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본 책.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흥미로워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수업의 주제로 다뤄 두 배로 즐거웠다. 모두 재미있어 보였지만 피라미드와 아부심벨의 신전, 네바문의 정원, 새 사냥, 투탕카멘의 마스크로 엄선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사람 이름이 포도 가격...?)
언니들의 세계사 _캐서린 핼리건, 새라 윌시
50명의 여성 인물들을 다루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았고 다채로운 분야로부터 선정해 여러 방면의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좋았던 부분
아프리카 말라위의 부족장으로서 여성 교육에 힘쓴 '테레사 카친다모토'
수녀들의 보육원에서 자라 가수까지 했었던 '코코 샤넬'
목탄화로 자연을 그린 미국 최초의 추상화 작품 작가 '조지아 오키프'
의사였던 '마리아 몬테소리' (몬테소리 유치원을 다녔는데도 여자인지 몰랐다)
침묵의 봄을 쓴 '레이철 카슨'
프리다 _조나 윈터, 아나 후안
프리다칼로 수업을 위해 읽은 책. 우울한 눈의 일러스트가 프리다 칼로의 분위기가 어울린다.
냄새 박물관 _강진용, 김선진
냄새와 관련된 내용들을 귀엽게 풀어냈다.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그림들! 다채로운 구성이라 하나씩 그림도 구경하고 작게 적힌 정보들을 보는 재미도 크다.
사람이 흙을 감지하는 후각은 상어가 물에 섞인 피를 감지하는 후각보다 뛰어나다.
퍼퓸은 고대 라틴어의 통하다 per와 연기 fumum이 합쳐진 말이다.
고려시대부터 후추가 이미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었다. (오키나와를 통해 후추 무역)
몰다우 _마르코 심사, 도리스 아이젠부르거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필하모닉의 연주회를 다녀왔다. 체코필이 몰다우를 한다는데 안 갈 수가? 올 하반기에 가장 기대되었던 공연이었다. 해가 뜰 때 걸었던 프라하 거리를 떠올리며 미리 예습을 하던 중 본 책. 2악장 '블바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실연에서는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그려낸 4악장이 좋았다. 인터미션 없이 쭉 달린 지휘자와 단원들에게 박수를!
숲 속 산책 _토마스 뮐러
숲 속의 동물과 곤충들을 세밀화로 관찰할 수 있는 재미. 정체성처럼 새겨진 오랜 시간 좋아한 보리 동물사전의 그림들과 비교해서 보면 더욱 재미있다. 이 책의 자연은 인공조명이 촥 켜진 분위기!
안녕 유럽 _이브나 흐미엘레프스카
유럽의 국가들을 소개하며 유명한 것들을 콜라주 한 그림들이 실려있다. 안데르센이 있는 덴마크와 삐삐가 있는 스웨덴 페이지가 예뻤다.
오리 형제가 습지로 간 비밀 _한봉지, 국립습지센터(김태성, 양병국), 김지연
귀여운 오리 형제들이 습지를 탐험하는 내용. 한국화 분위기의 그림이 내용과 잘 어울린다.
꽃을 먹는 늑대야 _이준규, 유승희
제목부터 슬플 것 같았는데 역시 자연의 세계는 잔인해! 글을 쓴 작가가 실제 늑대를 키운다고 했는데 진짠가요? 어린이를 위한 소개에 어른이 걸려든 것인가.
여기까지 가을의 독서노트를 마무리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마당에서 찾은 행운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