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새해 첫 여행, 가방 속에 듬뿍 챙겨온 사랑

칠순 기념 8남매 일본 여행을 축하드립니다

by 초들

병오년 새해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셋째 처남 형님의 딸과 아들, 사위가 거금을 쾌척하여 이번 여행을 기획했다. 효심과 감사함이 가득한 뜻깊은 이 여행에 8남매 부부들이 초대 받았다. 셋째 딸인 아내 덕분에 사위인 나도 여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젠 나이 들어 60~80대 대열에 선 노인 형제 간들은 함께 여행할 수 있어 행복했고, 벌써 어른이 된 조카들의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에 고마워했다.


후쿠오카행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전 7시 20분이어서, 새벽 3시 10분에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간의 새벽 도로는 무척 한가했다. 차를 몰고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오전 4시 40분 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목포에서 자정에 출발했다는 둘째 처제와 동서, 광주에서 출발했던 큰 동서 형님, 주인공 셋째 처남 형님·형수님, 서울에서 사위가 데려다 주었다는 둘째 처남 형님·형수님, 안산에서 조카가 데려다 준 큰 처남 형님께서 벌써 도착해 우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 자매들은 모두 여행을 앞두고 마음 설레어 방방 뛰는 어린아이들이 되었다. 쉴 새 없이 서로 앞다투어 말했고 들을 새도 없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다.


2박 3일 여행. 다양한 술을 가져온 큰 형님. 즉석밥, 찐고구마, 컵라면, 김치, 김, 과자, 비상 약품 등을 준비해 온 인정 많은 둘째 형수님, 껌, 초콜릿을 공수해 멀리 미국에서 16시간 비행해 온 셋째 처제와 동서의 여행 가방 모두 두툼했다. 형제들의 아름다운 정은 가방 속에 듬뿍 듬뿍 담겨 있었다.



여행의 시작 - 1일 차


동장사 오층탑을 배경으로 우리 8남매 부부 가족은 함빡 웃으며 첫 번째 가족사진을 찍었다. 가이드께서 10.8m의 후쿠오카 대불(大佛)이 있다고 안내해 주었지만, 우리는 대불 구경은커녕 얘기하고 웃음꽃 피우느라 그냥 패스했다.


1시간 10분쯤 이동하여 규슈 속 작은 교토, '마메다마치'에 갔다.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고즈넉한 오래된 거리를 걸었다. 일본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히나고텐', '쿤초양조장'은 신년 휴일이라 문을 닫아 볼 수 없었다. 술 좋아하는 형님, 형수님들에게는 시음 하지 못한 게 살짝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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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다마치의 거리, 규슈 속 작은 교토, 마메다마치에 가다


아마카세로 이동하여 지온 폭포를 봤다. 일본의 100대 폭포에 선정된 히타시의 2단 폭포는 상단 20m, 하단 10m로 시원한 물줄기를 쉴 새 없이 쏟아 내렸다. 오랜만에 느껴본 청량감에 가슴이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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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온폭포에 가다


인기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의 배경이 된 '분고모리 기관고'를 방문해서 옛 증기기관차 차고였던 폐건물과 증기기관차를 배경 삼아 두 번째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어 벳부 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했다.


호텔식 가이세키식으로 석식을 하며 일본 음식의 섬세함에 깜짝 놀랐다. 반찬에 따라 크고 작은 접시를 사용했고,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으니 저절로 영양식이 되었다. 식사 후 온천욕을 하고 한 방에 모여 준비해 온 음식을 또 먹으며,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셋째 형님의 칠순을 축하했다. 효도 여행을 베푼 조카들에게 감사했다. 또 다른 조카들의 사는 얘기며, 모두의 건강을 서로 서로 챙겨주며 잘 살라고 부탁하고, 또 얘기했다.



여행 2일 차


빨간 도깨비가 지키는 가마도 지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붉은색, 푸른색의 신비한 온천을 봤다. 물과 연기가 끓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했고, 온도가 높아 실제로 들어가지 못하고 눈으로 보기만 했다. 강한 유황 냄새가 진동했지만, 족욕을 하며 온천수에 삶았다는 온천 계란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이다 여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달라 손으로 콕을 눌러 따서 특이했다.


이어 유후인으로 이동했다. 신비로운 안개가 피어오르는 '긴린코 호수'에서 세 번째 가족 사진을 찍었다. 잉어도 보고 고요함을 느끼며 잠시 몽환적인 세계로 빠져들었지만, 금방 뒤돌아가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마을의 이곳저곳을 들락거렸다. 캐릭터 상품 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예쁜 상점들을 구경했고, 가이드가 추천해 준 벌꿀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이스크림 맛이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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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일정을 소화하려고 후쿠오카로 이동했다. 개구리 절, '뇨이린지(如意輪寺)'에 도착했다. 독특한 개구리 조형물이 엄청 많았다. 가는 길목마다 형형색색의 개구리들이 반겨주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가운데 구멍이 뚫린 개구리 조형물이 있었다. 빈 구멍을 통과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통과하는 걸 포기했다. 우리 가족들에겐 수많은 개구리도 별다른 감흥 거리가 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게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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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이린지에서 개구리 조형물을 보다


이어서 후쿠오카의 랜드마크, 초대형 건담 입상을 볼 수 있는 '라라포트'에 갔다. 건담 입상이 실물 크기라고 했는데, 과연 그 크기가 압도적이었다. 건담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모두 오십 보 백 보로 나이 든 사람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여행은 동선을 줄이고 쉬어가며 얘기를 나누는 게 최고인 것 같았다. 그래서 5층인 라라포트를 둘러보는 걸 포기하고, 그냥 1층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여러 셰이크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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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이동했다. 가이드가 석식은 자유식이라며 1인당 1000엔씩을 주었다. 우리 8남매 가족은 한국식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 질리도록 많이 먹은 삼겹살인데, 일본식 음식이 아닌 삼겹살을 먹기로 하다니, 어쩔 수 없이 뼛속 한국 사람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날 밤에도 어김없이 또 한 방에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1950년에서 2025년을 넘나드는 이야기꽃은 활짝 활짝, 더욱이 내일이면 또 각자 사는 곳으로 가야 하는 서운함을 더해 무수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



3일 차, 한국 가는 날!


오전 5시 30분에 기상, 6시 30분 호텔 조식을 먹고, 서둘러 후쿠오카 국제공항으로 이동해서 귀국 수속을 밟았다. 오전 11시 20분, 우리 8남매 가족은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맘 편히 짐을 찾고 식당에서 갈비탕을 한 그릇씩 뚝딱했다. 스타벅스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또 담소를 나눴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헤어질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오는지? 이제 헤어지면 언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까?' 우리 가족들은 서로 헤어지기 싫어 애써 눈길을 피한다. 아쉬움 가득 담은 마음들은 눈가에 이슬 되어 쌓인다. 처제네 가족의 미국 도착으로 칠순 기념 8남매 부부 가족 여행이 끝났다.


오랜만에 함께라서 행복했던 여행, 더군다나 가족이 함께해서 소중했던 여행, 조카들의 효성이 모아진 아주 특별한 이 효도 여행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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