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한 순간, 낯선 가족이 말을 걸어왔다

외국 여행지에서 버스 놓친 우리 부부... 추운 날 듬뿍 받은 배려

by 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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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형님의 칠순을 기념해 조카들이 마련한 8남매 부부 일본 효도여행, 새해 첫 여행이라 그저 행복했고 즐거웠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유명한 유적지 이곳저곳에 들렀다. 우리 가족들은 오랜만의 해후에 기분 좋아 쉴 새 없이 재잘재잘, 웃음꽃 피우느라 바빴다.


여행 첫째 날, 옛 증기 기관차 차고였던 분고모리 기관고에서 생긴 해프닝이 떠오른다. 분고모리 기관고는 1934년에 완공되어 1970년대 디젤화가 될 때까지 증기기관차 정비·보관 시설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규슈 현존 유일의 선형 기관고로 국가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 중이라는 안내판을 봤다.



눈앞에서 놓친 버스


나는 서둘러 분고모리 기관고의 전체 모습을 배경 삼아 아내의 모습을 찰칵찰칵 사진에 담고, 가족들을 뒤쫓아 총총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갑자기 '땡땡땡' 그만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왔다. 경전철이 서서히 다가오고, 저쪽 정류장에선 벌써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있었다.


이윽고 차단기가 올라가자마자, 버스를 향해 쏜살같이 뛰어가야 했다. 다행히 버스는 일반 도로로 합류하기 위해 오가는 차를 살피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래도 버스 앞 출입문까지 가기에는 무리라, 버스 뒤쪽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멈추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내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너무 긴장한 데다가 한숨에 뛰어 달리다 보니, 그만 다리마저 꺾여 털썩 주저앉았다.


▲ 분고모리 기관고 <스즈메의 문단속> 배경이 된 분고모리 기관고이다


잠시 후, 우리 부부는 '분고모리 기관고'로 되돌아왔다.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다니, 이를 어떡하지? 우리 부부는 황당했다. 엄청 속상했다. 어느 일본인 가족이 말을 걸어왔다. 다카기 마사시 씨 가족이었다. 마사시 씨는 "안녕하세요" 하더니, 더 이상의 한국말은 못 하고, 휴대폰 번역기를 사용하여 무슨 일인지, 가이드 전화번호를 아는지, 오늘 묵을 숙소가 어디인지, 내일 묵을 숙소가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고 나서 이곳저곳 전화해 주며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주려고 애쓰셨다. 우리 부부는 일본말을 몰라서 영어로 말하고, 무심코 한국말도 하고, 바디 랭귀지를 사용해 보았지만, 도무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이드에게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유난히 추운 날씨에 쌀쌀한 바람마저 마구 불어 우리 부부는 벌벌 떨었다.


마사시 씨는 분고모리 역으로 우리 부부를 데려갔다. 아마 분고모리역은 바람막이가 되어 이곳보다 더 나으리라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수를 사주며 추위를 좀 녹이라고 했다. 마사시 씨 가족들의 친절함과 배려는 고마웠고,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두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버스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마사시 씨에게 우리의 사정을 경찰서에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로밍을 했다. 로밍하자마자, 일행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고, 드디어 가이드와 통화했다. 가이드는 연신 죄송하다며, 지금 데리러 가고 있다고 했다. 때마침 분고모리 경찰서에서 경찰관 세 분이 왔다. 우린 가족들과 연락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다시 이어진 감동


다시 분고모리 기관고로 갔다. 승용차 한 대가 멈추더니, 마사시 씨 부인이 빵과 음료수를 한 봉지 사 들고 왔다. 그리곤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이런 감동이, 우린 순간 감동해 눈물이 나왔다. 우리 부부는 다카기 마사시 씨 가족들의 최고의 친절함에 진정으로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들은 서로 명함을 나눴다. 잊지 말자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음에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드디어 버스가 왔다. 8남매 가족들은 앞다투어 뛰어내려 미안하다며, 걱정했다고 말했다. 처제와 아내는 꼭 껴안으며 펑펑 눈물 흘렀다. 가이드는 또 사과했다. 가족의 진솔한 정이 따뜻했다. 다시 만나니 좋았다. 벳부 호텔로 향하는 버스 안은 소란함이 가득, 넘치는 행복으로 들썩거렸다.




지난 3일, 한국에 도착한 뒤 마사시 씨에게 분고모리에서의 친절함에 감사드린다며 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감동이 또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다카기 마사시 님!

한국의 김경호입니다.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분고모리 기관고에서의 친절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경호


LINE 확인했습니다.
무사히 귀로에 도착한 것 같아 안심했습니다.
힘든 해프닝으로 고생하셨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Kim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일본을 방문하시는 일이 있으면, 꼭 소식 전해주세요.
가게의 LINE은 별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연락 시는 본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같이 술이나 마셔요.
그럼 이만! (한국어로 AI 번역을 한 것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음).

다카기 마사시


분고모리 기관고에서의 해프닝은 잊을 수 없다. 일본인 다카기 마사시 씨 가족의 친절함에 감사드린다. 언젠가 또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꼭 마사시 씨 가족을 방문하고 감사의 선물을 드리고 싶다. 만약 그들이 한국에 오겠다면, 더한 친절을 베풀어 주리라. 우리 또한 친절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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