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이 들어 무리하면 안 되겠다

무리한 일정은 피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자

by 초들

병오년 새해, 1월 9일까지 숨 가쁘게 달렸다. 내 몸을 무심히 여겼고 혹사했다. 그 결과, 1월 10일부터 배변 후, 항문에서 선홍색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리고 온통 핏물 범벅이 된 변기 물을 보고, 그만 아연실색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지나치게 과로하거나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항문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는 어떤 사람이 과로하면 코피가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문 부위 벽이 약해서 출혈이 발생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평소 '과로는 금물'이라고 엄중 경고했었다.


내 나이 벌써 60 후반에 접어들어 이젠 건강을 과신하지 않아야 함을 알지만, 이를 깜빡하고 젊었을 때의 건강 기개를 내세울 때가 있다. 정신적으로 회복탄력성이 확실히 떨어진 것처럼, 육체적으로도 건강 회복력이 떨어졌음을 또렷이 인식해야 하는데, 이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년 초 꽉 찬 일정 속에 숨겨 있는 지혜롭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찾아보았다.

미국에서 온 처제와 오랜만의 대화를 나누며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2박 3일간 일본 여행하며 새우잠과 쪽잠을 잤다.
여행지에서의 해프닝으로 세 시간 동안 찬바람 맞으며 덜덜 떨었다.
어느 하루는 꼬박 여행 후기와 토론회 발표 자료를 워딩 했다.
바람 부는 추운 날, 제때 국회토론회에 참석하려고 새벽잠을 설쳤다.
최고의 압권은 임플란트와 보조 뼈 심기였다.


되돌아보니, 9일간 나는 무리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내 몸을 압축·혹사했다. 그랬으니 항문 출혈이 생길 수밖에. 그때 내 눈은 동그래졌다. 아내는 왈, 내 눈이 마치 왕방울 눈이라고 했다.


1월 11일, 12일 양일간 푹 쉬었다. 하지만 항문 출혈이 더 심해져서 이젠 걱정이 덩어리 되었다.


1월 13일 병원에 갔다.


25년 전 치질 수술을 해주었던 강○○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원장님은 내시경으로 항문 벽 이곳저곳을 주의 깊게 관찰하시며, 항문 벽 부위의 심각한 염증 상태를 직접 보라고 하셨다. 네 군데 정도 심하게 부어있었고, 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군데에는 치질도 생겼다며, "2주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약물치료와 온수 좌욕을 병행하세요"라고 강권하셨다. 원장님의 말씀은 내 마음을 안심시켰고 고마웠다.


몸이 아프니,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전화했더니, 어머니께서는 마을 회관에 계신다며 동네의 어르신을 나이순으로 세어보니 당신이 황천행, 네 번째라고, 이젠 살 만큼 살았다고 한탄하셨다. 그러면서 괜찮다며 오히려 자식 건강을 챙기셨다. 오늘따라 어머니 말씀은 더더욱 쓸쓸하게 들렸다. 어쩌다가 그만, 나는 항문 출혈에 대해 말하고 말았다. 어머니의 걱정은 태산이 되었다. 나를 임신했을 때, 시댁 음식이 맞지 않아 영양실조로 쓸어질 때가 많았다며, 너는 천생 태생이 약골이라며 본인 탓이라고 자책하셨다. ‘괜찮을 거예요.’라고 애써 말하며, 괜한 걱정을 안겨드림이 너무 죄송했다. 얼른 회복해서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두문불출하며 2주를 보냈다. 서서히 항문 출혈이 줄어들었고,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었다. 서둘러 나는 어머니께 아주 좋아졌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드렸다.


요양 15일째 날, 대표(애견 이름)와 함께 산책했다.

‘얼마쯤 걸었을까?’ 갑자기 항문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기분이 확 망가지는 순간이었다. 대표는 오랜만에 나와 함께 하는 산책이라 온갖 수목·수풀 점검에다 여기저기와 냄새 대화를 하며 흠씬 고무되었는데, 대표의 느긋함을 확 물리치고 서둘러 귀가했다. 얼마동안 속상했고, 근심·걱정을 하다가 문득 직장암을 앓으신 선배님과 통화했다. 선배님은 직장암 완치 후, 건강 관리를 잘하며 유유자적하시기에 내 상태를 솔직히 알리고 자문받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이 있을까?’


젊었을 적, 선배님께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심적 타격을 강하게 받을 때마다 항문 출혈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곤 내 항문 출혈을 눈앞에서 빤히 쳐다보며 말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말을 했다.


"나도 과로하면 으레 항문 출혈이 있었어. 그때마다 섬유질 음식으로 소식하며 대변 횟수를 줄이려고 했지. 배변 시에는 최대한 항문에 힘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철저히 쉬었어. 약은 반드시 복용하고 좌욕하며 항문을 따뜻이 했어. 항문 출혈과 직장암은 완전히 별개였으니 걱정하지 말고 항문 치료에만 집중해."


‘와, 이런! 병은 알리라더니.’


선배님의 말씀은 큰 위로가 되었다. 너무 감사했다. 그 후 선배님 조언대로 실천했다. 현저히 차도가 있었다. 정말이지, 다 나은 것 같았다.


4주째 어느 날, 아령 체조를 했다. 건강했던 지난날처럼 나만의 아령 체조 세트를 제대로 했다. 그런데 몸이 이상해졌다. 저녁때가 되니, 몸이 으쓱거리며 오한이 들었다. ‘어, 왜 이러지?’ 몸살약을 복용하고 그만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저절로 입술이 바들바들, 온몸도 떨었다. 심한 오한에다 온몸 통증이 심해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아령 체조가 무리였나 보다.' 끙끙 앓고 잠 못 이루었던 밤이 지났다. 몸살 기운은 완화되었지만, 또 항문 출혈이 있었다.


‘이런. 뭐야. 또 출혈하다니’


그래서 만사를 제쳐 놓고 온전히 쉬기로 했다. 내 신체 나이와 신체 능력을 무시했던 1주 동안의 꽉 찬 일정을 원망했다. 1월의 남은 3주를 무료하게 보내야만 했다. 지혜롭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에 자괴감을 가졌다.


1월을 보내며, 소중한 교훈과 깨달음을 얻었다.


'엄연히 나이 들어감에 따라 진행되는 노화 현상을 분명히 받아들여야 함을, ‘어릴 적 아이 시절처럼·약동했던 청춘 시절처럼 건강을 과신하고 좀 과로해도 회복력이 금방일 거야’라는 착각을 버려야 함을, 앞으로는 내 신체 능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아야 함을, 꾸준히 운동하여 건강잠재력을 키워야 함을...'


1월의 교훈을 꼭 기억하고 싶었다.


다가오는 2월에는 건강을 회복해서 건강이 최고임을 깨닫고 싶었다. 나의 신체 나이에 잘 알고 나의 건강 능력에 맞게 지혜롭게 생활해야겠다. 결코 또다시 항문 출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아야겠다. 그런 결심을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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