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시선 제38화

확률을 깨뜨린 밤, 7-2라는 기적

by 글사랑이 조동표

야구의 시선 제38화

- 확률을 깨뜨린 밤, 7-2라는 기적



- 불가능했던 숫자가 맞아떨어진 밤 -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계산한다.

득실차, 실점률, 경우의 수.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계산은 틀리지 않는다.


이번 WBC에서도 그랬다.


한국이 8강에 가기 위한 조건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겨야 한다.

그리고 2점 이하 실점.

게다가 5점 차 이상 승리.


오로지 5-0, 6-1, 7-2.

이 세 경우에만 해당한다.


승리도 어렵고

실점 관리도 어렵고

득점 차까지 벌려야 하는 경기.


야구팬이라면 안다.

이것이 얼마나 잔혹한 조건인지.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그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은 호주를 7-2로 이겼다.


승리.

2 실점.

5점 차 이상.


마치 누군가 미리 써 놓은 대본처럼 필요했던 숫자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일부러 조작하려 해도 이렇게 맞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깨닫는다.


야구는 가끔 영화보다 더 극적이다.

이것은 한 편의 드라마!


이 경기의 중심에는 문보경의 방망이가 있었다.


대회 전체 11타점.


참가 20개국 가운데 유일한 10타점 이상 기록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그의 방망이는 4타점을 쓸어 담았다.



태극마크의 무게를 그는 한 번의 스윙으로 관중석 너머로 날려 보냈다.


그 순간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렸다.


하지만 경기의 진짜 장면은 9회 초에 있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던 순간.

한국은 추가 득점이 절실했다.


김도영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이정후는 전력 질주와 호수비로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안현민의 희생플라이.

승리 확정!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흙을 묻히며 만들어낸

진흙투성이의 1점.


때로는 이런 점수가 홈런보다 더 뜨겁다.



마운드 역시 끝까지 버텨냈다.


2 실점 이하라는 압박 속에서 투수들이 던진 공 하나하나는 단순한 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우의 수와 싸우는 공이었고,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공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 투혼이 숫자를 무너뜨렸다.


우리는 종종 말한다.

야구는 확률의 스포츠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젯밤 우리는 또 하나의 사실을 확인했다.


확률은 계산할 수 있지만 기적은 계산할 수 없다.


불가능해 보였던 바늘구멍을 선수들은 결국 뚫어냈다.


그래서 야구는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제 시선은 마이애미로 향한다.


2009년 이후 17년 만에 다시 밟는 WBC 8강 무대.


3월 14일 토요일 아침,

우리는 다시 기적을 꿈꾼다.


상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


하지만 이미 불가능해 보였던 조건을 현실로 만들어낸 팀에게 이제 두려움은 큰 의미가 없다.


야구는 숫자로 시작한다.


하지만 마지막은 항상 사람의 심장이 결정한다.


어젯밤,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야구는 확률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어제 경기의 진짜 MVP는 누구였을까?


문보경의 방망이?

아니면 끝까지 버틴 마운드?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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