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서 길을 잃다
프롤로그
- 강남역에서 길을 잃다
강남역은 늘 붐비는 곳이다.
지하철은 몇 분 간격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은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누군가는 서두르고
누군가는 전화를 하며 걷고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간다.
그곳에서는
누구도 멈추지 않는다.
멈추면
흐름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날도
강남역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열차는 정확하게 도착했으며
플랫폼의 공기는 늘 그렇듯 분주했다.
그는 그곳에 서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그 역시 그 속도를 따라 살아온 사람이었다.
조직의 속도.
성과의 속도.
경쟁의 속도.
보고의 타이밍을 계산했고
회의의 공기를 읽었으며
결정의 방향을 예측하며 살아왔다.
그는 늘 바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날
그는 처음으로
멈춰 서 있었다.
멈춰 서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
플랫폼의 소음.
끊임없이 움직이는 흐름.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문득 알 수 없다는 사실.
그는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길을 찾으며 살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며 살아왔다는 것을.
그 순간
강남역은
단순한 지하철역이 아니었다.
그곳은
인생의 갈림길이었다.
이 이야기는
강남역에서 길을 잃었던
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러나 동시에
길을 잃은 뒤
처음으로 자신의 길을 생각하기 시작한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강남역은 오늘도
여전히 붐비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그곳을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