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는 촌스럽고 셰프는 세련됐다고?

왜 우리는 요리사를 버리고 셰프를 선택했을까

by 글사랑이 조동표

요리사는 촌스럽고 셰프는 세련됐다고?

- 왜 우리는 요리사를 버리고 셰프를 선택했을까


요즘 방송을 보다 보면 문득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분명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름이 바뀌어 있다.


요리사는 사라지고, 셰프만 남았다.

조리법은 레시피가 되었고, 음식은 메뉴가 되었다.



이 변화가 단순한 번역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그 안에는 우리가 무엇을 ‘더 가치 있어 보인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집단적 취향이 숨어 있다.


셰프는 요리사보다 더 세련된 존재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지 않다.

셰프(chef)는 단순히 프랑스어로 ‘책임자’,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즉, 주방을 총괄하는 사람을 의미할 뿐이다.



반면 요리사는 훨씬 넓은 개념이다.

실제로는 요리사가 더 큰 범주이고, 셰프는 그 안의 한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더 좁은 개념을 더 높게 느낄까.


이유는 단순하다.

낯설기 때문이다.


낯선 언어는 언제나 전문성을 덧입는다.

영어 한 단어가 붙는 순간, 그 행위는 일상에서 분리되어 ‘기술’이 되고, ‘직업’이 된다.


요리는 생활이지만, 쿠킹은 콘텐츠가 된다.



비슷한 장면은 관계를 부르는 말에서도 반복된다.


남편은 여전히 남편인데, 아내는 ‘와이프’가 된다.


이 비대칭은 흥미롭다.

왜 우리는 ‘허즈밴드’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와이프’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까.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다.

그 사회의 시선과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


‘와이프’라는 단어에는 묘하게도 부드럽고, 꾸며지고, 설명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뉘앙스가 실려 있다.


반면 남편은 여전히 그대로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기준점처럼 남아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 신랑’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에는 한국어 특유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다.

‘내 남편’이 아니라 ‘우리 신랑’이다.


소유를 개인이 아니라 관계로 풀어내는 방식.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표현은 거의 여성에게서만 나온다.


남자가 “우리 신부가...”라고 말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왜일까.


어쩌면 이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서의 위치에 대한 오래된 습관일지도 모른다.


여성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설명해 왔고, 남성은 개인으로 존재해 왔다.


그래서 여성의 언어에는 ‘우리’가 붙고, 남성의 언어에는 ‘나’가 남는다.



결국 이 모든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왜 같은 것을 다르게 부르면서, 그 다름에 의미를 부여할까.


셰프가 더 멋있어 보이고,

레시피가 더 전문적으로 들리고,

와이프가 더 세련된 호칭처럼 느껴지는 이유.



그것은 실제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느끼도록 학습되어 왔기 때문이다.


언어는 생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시 선택을 만든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쓰느냐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세상을 어떤 구조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불편한 선택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셰프 대신 요리사라고 부르고,

레시피 대신 조리법이라고 말해보고,

와이프 대신 아내라고 불러보는 것.



그 순간, 언어는 덜 세련되어 보일지 몰라도 생각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세련됨은 단어가 아니라 태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태도는 외국어가 아니라 자기 언어를 어떻게 쓰느냐에서 드러난다.



*이미지: 챗지피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