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송작가 최현지 Feb 29. 2024

[서평] <그해, 몽골>를 읽고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
별, 사막, 호수 찾아 고비사막과
홉스골로 떠난 두 번의 몽골 여행
< #그해몽골 >
#신미영작가 / #푸른향기 펴냄

한국에서 세 시간이면 닿는 몽골,

그 특별한 끌림에 대하여

- 몽골하면 떠오르는 건 대자연과 드넓은 사막,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 촘촘히 반짝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가 잘 오지 않고, 바다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몽골. 몽골족의 이동식 집인 게르와 전통 의상 등 옛것을 추구하는 순박한 사람들_ 빠르게 변화하는 현 시대와는 조금은 다른 느리게 살아가는 나라, 몽골. 그리고 책 속에서 만난 <그 해, 몽골>은 생각보다 멀지않은,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나라였다. 작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었다. 15년 간의 직장 생활을 내려두고 여행을 떠난다는 건 큰 결심이고, 어쩌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일탈이 아니었을까.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에선 고독감과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랐다.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속에서 만나는 에피소드들이 다이내믹하고 즐겁다. 여행에서 만난 음식, 장소, 대자연과의 만남 그 모든 것이 아름답고도 사랑스럽다.

-
밤새 뭘 하고 놀았는지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기만 하기에 이번엔 진도를 조금 더 나가 살포시 만져보려 팔을 뻗었는데, 나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야크가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공들여 다가갔는데 너무 욕심부렸나 싶어 급 우울해졌지만, 후회만 하다 여기서 끝내기엔 너무 아쉽기도 하고 괜히 내가 만져보겠다 해서 대웅이는 야크 한 번 쓰다듬어보지 못했기에 다시 그 녀석에게 다가가 보기로 했다. 그렇게 또다시 시작된 우리의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 번 해봤다고 두 번째는 조금 수월했는데, 우리의 노력이 가상했던지 새끼 야크도 더 이상 우릴 피하지 않고 곁을 내어준 덕분에 나와 대웅이 모두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감할 수 있었다. p.196

-
몽골의 밤은 정말 정말 늦게 찾아오지만, 한 번 찾아오면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해져 조명이 필수다. 특히 이번 홉스골 투어에선 좋은 숙소에 머문 날이 많았던 만큼 주변에 빛도 많아 별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기에 마지막 날은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구름이 많이 끼고 반대편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까지 몰려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건 북두칠성과 작은 별들 몇 개 정도라 고비사막 투어 때부터 숙소 앞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지는 못했다. 물론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을 때 별들이 수두룩 빽빽하게 빛을 발하고 있긴 했지만. 그 모습들을 눈으로 봤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생각보다 우리 눈은 많은 것을 담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후 아름다운 밤하늘 사진은 카메라에게 맡긴 채 우리는 따뜻한 숙소 안에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p.221-222
 
-
물론 몽골이라는 곳 자체가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해 여유가 절로 생기는 만큼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게 하는 곳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이기심만 내세우지 않고 각자 다른 이유로 여행을 선택하듯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적절히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며 적당한 거리를 지켜나간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된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온다지만 ‘좋은 사람들 사이에 운 좋게 굴러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만드는 인연들이었던 만큼 몽골로 맺어진 모든 인연이 좋은 인연이었고, 귀한 인연이었다. p.237
 
-
처음 책을 받고나서 인상 깊었던 것이 책표지였다. 빛나는 밤하늘과 게르와 비슷한 느낌의 불밝힌 텐트. 그리고 상상 속에서 흘러 나오는 적재의 [별보러 가자] 작가는 책을 쓰기위해 여행을 떠난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는 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녀의 여행은 외롭지않다. 혼자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무겁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포근하고 환하다. 이 책을 통해 몽골은 혼자가는 것보다 함께하는 곳_멀지만 가까운 나라, 속도보다 방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곳이라고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 내게 몽골의 밤이 허락된다면 밤새 별을 셀거야.

늘 사랑스러운 에세이를 출판해주시는 출판사 <푸른 향기>, 감사합니다.

#book #도서협찬 #책 #여행 #서포터즈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땅끝마을에서 매화꽃을 만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