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바다

by 방송작가 최현지

잔잔한 파도에 푸른 바다가 은빛깔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바다 돌 틈에는 작은 게들이 모여있고 정체모를 바다벌레들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보다 작은 몸집의 생명체들을 벌레로 생각하면 징그럽고 무섭지만, 눈 앞에 펼쳐진 동해 바다와 저 멀리서 바다를 지키는 등대와 보이지 않는 바닷 속 세상까지 무겁고 두려울 게 없었다. 생김새만 벌레일 뿐, 그 곳에선 바다 생명이니까. 신이 만든 생명이니 미워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그렇게 멍하니 바다를 보았다. 두려울게 없고, 고민하고 고뇌하지 않아도 단순하게 단단해지는 순간. 내게는 바다가 그랬다. 간 밤에 쏟아진 폭우에 또 이어질 비 소식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때, 흐린 날임에도 습한 고온에 몸은 지치지만 그날의 바다를 떠올리며 마음의 힐링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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