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란 사전적인 의미로, 책이나 글을 읽는 행위다. 그리고 쾌락이란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을 말한다. 나는 보통 제목부터 눈이 가는 책은 눈을 뗄 수 없이 금세 읽는데, 최근들어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이 바로 [쾌락독서] 다.
우리는 한 평생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책을 읽는다. 책을 읽고 지식을 얻으며, 책을 읽고 간접 경험을 하며, 책을 읽고 새로운 감정과 세상을 만난다. 책을 읽는다는건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누면 만남의 시간이 행복 하듯이, 좋은 책을 만나 좋은 생각을 얻으면 책읽는 시간이 행복해진다. 어쩌면 당연하게 느꼈던 감정들이 책을 통해서 오랜 시간 습득해온 걸지도 모르겠다. 문유석 작가의 인간미 있는 문체를 사랑한다. 그의 책속엔 살아있는 세상과 사람이 담겨진듯해서 늘 호기심이 발동하고, 깊은 공감과 울림을 얻는다.
- 내가 생각하는 문유석 작가는 순수한 소년미를 가지고 있다. 순수해서 호기심이 많고, 어릴 적부터 아이처럼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았을 것 같다. 소년 같은 호기심으로 매사에 몰입하기에 학습력과 습득 속도도 느리지 않았을까. 속도의 과부하를 조건으로 두지 않기에 여유가 있고 완벽하게 공부하지 않았을까. 보통의 판사 라면 사직 후, 판사에 대한 책을 내거나 법학과 교수가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지 않을까. 소위 '사'가 들어가는 직업군 중에서도 판단하고 결정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믿음이 가는 직업인데 그는 그 모든 편견을 깨어준 사람이다. 공부와 교육, 학습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 말하고 있다. 특히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한 사람이 어떤 독서 에피소드로 자신이 독서를 하게 되었는지 솔직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몇번을 읽어도 공감이 되고, 나의 독서 습관과 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 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쾌락독서 #문유석작가 #문학동네
[쾌락독서]는 작가의 어릴 적 일기장 같다. 그 누구에게도 공개 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릴적 에피소드와 일대기를 하나씩 공유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킨다. 정답이 명확한 법전과 수학 공식을 달달 외우면서 공부만 했을 것 같았던 그는 호기심 많고 사람 관찰하기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혼자서 책을 읽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며 내적인 고뇌를 즐길 줄 아는 긍정파_ 왠지 그의 글속엔 사람과 희망이 있다.
- 내 책꽂이에는 언제나 여행에 관한 책들이 잔뜩이다. 두툼한 본격 여행책자 시리즈부터 세계일주 여행기들, 자동차 여행기, 자전거 여행기, 미식 여행기......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내 삶에 대한 생각에까지 영향을 미친 책이 두권 있다. 하루키의 [먼 북소리]와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다. 하루키가 크레타섬과 로마에 살면서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를 쓰던 삼년 간의 기록인 [먼 북소리]는 여행기라기보다는 이국에서의 생활기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은 이국의 풍경이나 문화가 아니라, 고국과의 단절감이었다. - P231
- 책과 여행은 떼어놓을 수 없는 환상적인 짝궁이다. 무인도에 가면 책과 노트, 필기구를 챙길 것 같다.(전기가 있다면 노트북과 휴대폰을 챙기겠지만) 여행작가들의 책을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행에서 만난 사람, 인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하루키의 [먼 북소리]는 이참에 한번 읽어볼 참이다. '이국의 풍경이나 문화가 아니라, 고국과의 단절감' 과연 이방인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일상은 어떨까. 일본 소설가 에쿠니가오리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첫사랑과 재회하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나의 울타리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건 늘 현재진행형으로 꿈꾸는 일_ 마흔이 되기 전에 피렌체에서 한달 살기 해볼까. (일단 이탈리아어 공부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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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야기란 각자의 욕망과 감정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접했던 그 수많은 이야기의 주어는 대부분 남성에 편중되어 있었다. 여성 작가가 쓴 [제인 에어], [빨간머리앤], [작은 아씨들]이 유독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겨우 여성이 주어인 세계를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교사가 되는 것 정도가 꿈의 최대치인 세계 말이다. 순정만화의 세계는 반대였다. 무대가 연극이든 발레든 혁명이든 여성이라 하여 주변에만 머무는 일은 없었다. 여성 캐릭터들도 경쟁하고, 좌절하고, 우정을 맺었다. 남자가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감각이 녹아 있었다. 그동안 본 적이 없는 다양한 감성의 남성들이 등장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게도 동성애도 자주 등장했다. - P106
내가 참 좋아하는 책이자, 캐릭터다. [빨간머리앤]. 그러고 보니 '아무리 똑똑해도 교사가 되는 것 정도가 꿈의 최대치' 팩트다. 변호사, 국회의원, 의사, 군인, 경찰관 등 다양한 직업군이 많은데, 유독 여성의 성장 스토리엔 캐릭터가 바른 이미지의 '교사'를 꿈꾸더라. (그렇다면 평범한 여자가 여성 대통령이 이야기를 써볼까 싶은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캐릭터를 사랑하는 건, 인물의 생애와 경험,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생 명언들이 지금도 소위 먹힌다는 것이다. 세상엔 악인보다 '선인'이 많다는 것. 새드엔딩보다 해피엔딩이 많은 세상. 악한 것보다, 선한 것이 많은 이야기를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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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말이 좋았던 이유는 폭넓게 생각을 확장해갈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시민들이 행복한 습관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한강시민공원에서 걷고, 자전거를 타고, 연을 날리고, 낚시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공원과 도서관은 행복 공장이자 행동 고속도로다. 교육도 중요하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요리를 하고,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어린 시절부터 각자의 행복한 습관을 찾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이 영재 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 개인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다.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솔직한 자신의 기준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 P 253
- 작가의 의견에 공감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좋은 것들이 모여서 행복한 삶이 되지 않는가. 나는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과 은사님들께 감사하다. 어릴 적 습관이 들면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나의 엄마는 미대를 졸업해서인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동화를 읽어 주셨고, 나의 아빠는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걸 좋아하셨고, 가족들과 여행가서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셨는데, 어른이 된 지금 나는 그 모든 것을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심심할 때 그림을 그리고, 여행가서 사진을 찍는 건 일상의 즐거움이다. 나는 인복이 타고난 것인지 멋진 은사님들과 인연이 되어 여전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국어 선생님은 내가 글짓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시곤 다양한 글짓기 대회에 출전하게 해서 다수의 글짓기 상을 수상했고, 음악 선생님은 합창대회에서 소프라노 솔로 기회를 주셔서 그것을 계기로 내가 노래부르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밑바탕에는 어릴적 동시집과 동화책을 읽고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 좋은 습관이 되었는데, 서른 다섯이 된 현재까지도 매일 일기를 쓴다. 그 모든 것이 습관에서 시작된 내 삶의 행복이다.
- 두꺼운 책 앞에서도 멈칫거린다. 사실 읽자면 지금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텐데 지레 겁을 먹게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루도 짧고 일 년도 휙휙 지나가고 남아있는 나날이 벌써 손에 잡히는 것만 같다. 내일이 없는 사람마냥 여가가 생겨도 그저 하루하루의 즐거움을 먼저 이리저리 찾다가 오히려 아무 재미도 없이 흘려보내고 말 때가 많다. 열 권 스무 권짜리 책을 잔뜩 쌓아놓고 마루를 뒹굴거리며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던, 해가 영원히 지지않을 것만 같던 8월 여름방학의 나날들이 그립다. - P 85
- '책이 길면 길수록 더 좋던 시절' 이란 문구가 왠지 순정만화의 제목과도 같다. '좋던'이라면 과거형인데, 아마도 작가는 청소년 시절 방학이 되면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학원에 가야한다는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는 없었을까. 왠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었을 것 같은 여유가 담긴 문장이 왠지 부러워진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의 여유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여름 방학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당장 휴가를 내고 싶기도 하다. 올 여름 휴가 때는 열권을 책을 쌓아두고 읽어봐야겠군. 또 하나의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
- 나에게 독서란, 나이를 먹는 것과 관계가 깊다. 작가의 글에는 어릴적에 더 길고 더 많은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내 경우엔 나이를 먹을수록 책읽는 시간을 늘리고자 노력하고 긴 장편도 도전하고 있다. 내게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읽은 책의 권수가 많아지고, 책을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이 길어지고, 두껍고 긴 책의 내용도 막힘없이 읽어내는 나만의 속독 기술이 생기는 것_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것_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작가였고, 끝은 책이다. 그가 읽고 쓰는 것엔 분명 인간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그 무의식 속에 존경심이 생겼다.
누구보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_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판사로 일했고, 앞으로의 20년은 작가로서 세상의 등불이 되어 줄 사람_ 그의 삶은 한 편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같아서 더 궁금해진다. 필자의 삶을, 혹은 분야는 다르지만 방송작가로 15년을 살아온 내가 꿈꾸는 또 하나의 꿈은 드라마다. 문작가님의 반짝반짝 빛나는 작가 인생을 묵묵히 지지하고 응원한다. 부디 백세 시대! 오래오래 건강한 백세 작가가 되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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