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의 희열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by 방송작가 최현지

마감 : 1 사전적으로 하던 일을 마물러서 끝냄. 또는 그런 때. 2 정해진 기한의 끝.

현대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마감’이 있다. 직장인들은 업무에 대한 ‘마감’, 자영업자들은 장사 ‘마감’, 그리고 그림, 글을 포함한 작가로 불리는 모든 예술가들은 ‘마감’을 위해 달린다. 마음은 시작과 끝의 차이가 확연하다. 마감 전은 ‘고통’이고 마감 후는 ‘희열’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마감의 순간이다.

방송작가에게 마감은 늘 있다. 섭외 마감, 대본 마감, 촬영 마감, 자막 마감. 모든 것은 마감으로 종결된다. 그리고 새로운 일이 시작되겠지. 돌고 도는 인생사, 반복된 일상이 힘들거나, 지쳐도 ‘마감’의 순간만 생각하면 웃음꽃이 핀다. 특히 방송작가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섭외가 안돼서, 글이 안 써져서, 자막을 써도 써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결국 마감의 시간은 돌아온다. 그 시간을 서둘러 만나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노트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겠지. 마감의 고통이 있다면, 곧 희열도 있다.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마감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마감은 타인과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가령, 자막을 작업할 때 내가 작업을 끝내면 또다른 사람의 마감이 시작된다. PD가 방송 영상 가편 편집을 끝내면, PD의 마감이 끝난 것이고, 그때부터 작가의 자막 작업이 시작된다. 가편 영상마다 몇초를 체크해 가며 어느 부분에 자막과 이미지가 들어가야 영상의 퀄리티가 잘 살려질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자막 작업을 진행하면, 어느덧 자막 마감이 완료된다. 그리고 글로 된 자막을 CG 디자이너가 이미지로 작업한다. 한 편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사람의 마감을 거치고, 그 마감의 흔적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때로는 작업 시간이 길어야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작업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마감 시간이 길어져 방송을 제때 내보내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 다행이 마감 시간이 길어져 방송을 연기한 적은 절대 없다. 방송국 사람들의 마감 목표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제 날짜, 제 시간에 방송을 내보내는 것.’ 그것이 기본이고, 그것이 마감의 가장 큰 희열이다. 220302_방송작가_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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