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외 시리즈 1
<인연이란 따로 있는 법>

방송작가 최현지의 '그녀가 사는 세상'

by 방송작가 최현지

방송 작가란, 섭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한다. 섭외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에는 마음 가짐이 있다. 바로 ‘오픈 마인드’ 다. 가령 누군가의 집을 찾아갔을 때, 문을 열 때와 문을 닫힐 때의 마음 가짐은 다르다. 무엇이든 첫 인상,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 건 다시 말해 타인에게 비춰지는 긍정적인 시선을 말한다. 섭외의 시작은 전화 통화이고, 섭외의 끝은 촬영이다. 섭외에서 가장 난항을 겪을 때는 섭외가 안될 때가 아니다. 섭외가 된 상황에서 취소가 되는 상황이다.

섭외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 대부분 좋은 기억들이 많지만, 아찔했던 기억도 있다. <보컬의 탄생>이란 음악 프로그램을 할 때 이다. 지역의 숨은 보컬 장인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연령대에 대한 제한은 없었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노래자랑 프로그램 이었다. 섭외 주요 연령대는 20대~30대 였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기억이다. 30대 직장인 남성 출연자였는데, 촬영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고 문자 통보가 왔는데, ‘말주변이 없어서 촬영 힘들 것 같아요.’란 연락이었다. 보통은 ‘아파서’ ‘다쳐서’ ‘사고가 나서’라면 어쩔수 없이 이해를 하지만, ‘말 주변이 없어서’ 라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1주일 내내 대화하고 통화하면서 어떤 스토리로 이야기할지 모든 것을 전달하고 대본도 나온 상황에서 촬영을 못하겠다니... 그러나 방송작가라면 부정적인 감정을 소모할 시간이 없다. 출연자에게도 어떠한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답장을 남겼다.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그때부터 섭외는 다시 시작됐다. 하필이면 일요일 밤 늦은 시각에 연락을 받게 돼서 섭외하기도 애매한 시각이었지만, 월요일로 넘어가면 출연자 출연료 지급에 필요한 민증 사본과 통장 사본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 딱 2시간 안에 섭외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아는(?) 동생, 오빠, 언니, 지인을 총동원해서 전화를 했고, 그중에 한명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확신을 가지며 섭외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저녁 식사 도중에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 지금도 기억한다. 출연자의 출연 거절 의사를 8시 30분에 연락 받아, 밤 9시~10시 30분 사이 총 30통의 통화 후, 1명의 출연자 섭외를 마감했다. 이 얼마나 귀하고 귀한 인연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추가로 섭외된 학생이 워낙 노래를 잘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친구라 녹화하는 내내 뿌듯함을 느꼈었거든.

결국 ‘인연은 따로 있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말주변이 없어서’ 출연하지 못하는데 억지로 출연해서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촬영을 진행 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암흑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노래하는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게 바로 우리 프로그램에 기획의도 였기 때문에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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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부터 섭외를 할 때는 미리 2명의 출연자를 염두해 두고 섭외를 진행했다. 보컬 프로그램의 장점은 대부분 연출보다 그 사람의 캐릭터를 파악해서 실제 목소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본인의 노래 실력에 따라 재출연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극적인 재미와 감동이 더해질 수 있다. 시청자에게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출연자에게는 ‘도전의 기회’이자 ‘또하나의 시작’이 되었다. 더불어 나의 가장 큰 행복은 <보컬의 탄생>으로 인연을 맺은 많은 출연자들이 정식 가수로 데뷔하고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그들은 언제든 빛날 스타였다. 현재 보컬 프로그램은 종영 됐지만, 언젠가 또 다시 만날 날이 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이란, 인간의 삶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으니까.’ 220305 방송작가_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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