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동자의 습관

방송작가 최현지의 <그녀가 사는 세상>

by 방송작가 최현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릴 때의 버릇은 늙어서도 고치기 어렵다는 뜻인데, 뭔가 부정적인 느낌이다. 10살이 되던 해에는 시인을 꿈꾸었고, 12살 되던 해부터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던 것 같다. 고로 어릴적부터 나의 꿈은 글쓰는 작가이다. 그때의 꿈이 작가라면, 현재의 작가란 나의 직업이자, 노동이다. 쉽게 말해, 글 노동자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는 습관이란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습관은 건강한 삶을 학습하고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민국 작가 대부분이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프리랜서 삶에 가장 중요한 것 또한 습관이라고 여긴다.

나로 예를 들자면, 14년 간의 방송작가로 꾸준하게 일할 수 있었던 노하우는 바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글쓰는 습관, 시대의 이슈나 유행에 대한 기사 수집과 공부 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습관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일이 끝난 후 새벽 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쓰거나,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수면 시간이 짧다. 10대 때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던 나는 보통 사람들의 수면시간보다 짧게 잠을 잤다. 그 또한 습관이 되니 저절로 몸에 익숙해져 10년이 지난 지금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만 자도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일부 건강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되도록 밤샘을 피하려고 하지만, 대체적으론 ‘마감’이란 목표가 잡히면 끝까지 끝내야 속이 후련하다. 아마도 글쓰는 습관, 섭외나 대본을 미루지 않는 습관 때문이 아닐까.

글노동자에게 글쓰는 습관은 오래 존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일종의 금단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하루라도 글을 안 쓰면(자판을 두드러거나, 혹은 자필로 글을 쓰거나) 무언의 불안감이 몰려온다. 왠지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일의 기준을 ‘좋아서’시작한 사람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포기하지 않는 것도 내가 ‘좋아서’ 하는 노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남들이 쉬는 주말도, 휴일도 나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 것이 싫지 않다. 몸에 베인 습관이기도 하지만, 프리랜서 작가만이 누릴 수 있는 일도 있으니까. 내게 주어진 섭외와 대본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을 때는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도 여행을 갈 수 있고, 운동을 하거나 서점에 갈 수 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직업’은 자유로움과 책임감이 공존하는 글 노동이며, 평생 할 수 있는 특별한 직업이라 생각한다. 물론 ‘습관’이 되어있다는 것을 전제 하에 말이다. 그래서 일요일인 오늘도 나는 글을 쓰고 섭외를 한다.

내가 선택한 자유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다시 시작될 여행을 위해서 파이팅!

220306

방송작가_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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