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하면 부부 사이가 좋아질 줄 알았다

앙상한 마음에도 초록은 온다

by 지온

365일 연중무휴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막연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결혼하고 남편과 함께 귀농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말했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일도 놀이처럼, 데이트처럼 하자고.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농사와 결혼 생활.

365일 연중무휴로 함께 일하며 사는 지금의 나는

정말 날마다 놀이하며, 데이트하며 지냈을까?


힘든 일도 놀이처럼 하자던 다짐과는 달리

이제는 쉬운 일에도 서로의 의견이 부싯돌처럼 부딪힌다.

작은 불꽃이 튀고, 가끔은 그 불똥이 마음 깊은 곳까지 번져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어린 날의 선택을 스스로 존중하고 싶어서

그저 한숨으로 스팀만 빼내며 또 하루를 넘긴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날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 새싹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또 어영부영, 처음부터 답도 없었던 싸움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잠시 밖으로 나간다.


겨울에는

찬 바람을 살갗으로 느끼며

끓어오르던 열을 식힌다.

봄이 오면

따듯한 바람이 두 볼에 닿아

각진 마음을 다시 말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앙상한 가지에도 곧 초록이 달라붙듯

내 마음에도 1년 내내 앙상한 계절만 머물지는 않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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