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스노쿨링
바다에 있으면 딱히 마음이 편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구명조끼를 입고, 몸통의 평면을 반쯤 바다에 담근 채
다이빙용 스노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알만 바쁘게 굴린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명체들이
프레임 없는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형형색색의 바다 생물들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독이 있는 바다뱀, 해파리, 성게의 가시...
낯선 존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들의 호기심과 경계가
나를 긴장하게 했다.
어디까지 왔는지 감각을 잃고,
나를 잊어가며 바닷속 풍경에 심취해 있을 즈음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바닷속 절벽이
잠시 숨을 멎게 했다.
같은 바다의 표면인데도
그 깊이는 나를 압도했고,
경계 너머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햇살이 줄기가 되어 바닷속까지 침투하려는 모습은
생각보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줄기 하나가 뚜렷이 남아, 바다 한가운데를 조용히 가르고 있었다.
프리다이버, 스쿠버다이버들은
숨을 멎은 채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내려갔다.
겁 많은 나는, 아직 빛이 닿지 않는 곳에
내려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미
빛이 닿지 않는 암흑 속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점점 어둠에 적응해가며,
깊은 바닷속의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