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심저) -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야 비로소 들리는 내면의 속삭임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믿어왔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부조리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도덕과 매너를 지켜왔다.
'인간은 원래 선하다.'
그 믿음을 품고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왔다.
그건 나의 선택이자, 그냥 '나' 자체였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인간을 더 이기적으로 만든 건 아닐까?"
고마움을 잃어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인간에 대한 사상은 무너졌고,
그 무너지는 순간,
삶은 무력해졌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을 사유하고,
나 자신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깊이 생각할수록, 채우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비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몇 해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기대와 실망, 새로움과 익숙함이 반복될수록
어딘가 나로부터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방,
그 안의 침대에 누워
불 꺼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
그 순간이
가장 공허했고,
가장 깊은 사유에 잠기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끔은 새로움이 그립고, 기대가 그립다.
겉으로는 항상 친절하고 밝았지만
그 순간, 나는
진심으로 나를 마주 했다.
"텅 빈 곳에서야 비로소 나의 울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