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쓰다 4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나의 “그 순간”

by 조르지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꼬박 날을 새운 탓에 정신이 흐릿하다. 지난밤 방콕 에까마이 골목 이자카야의 열기와 하이볼의 취기가 여기까지 쫓아온 까닭일지도. 리무진 정류장에서 후드 집업을 목까지 끌어당기며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국의 4월이 이렇게 차갑던가.

무겁게 짓누르는 눈꺼풀과의 싸움에서 서너 번 이겼다고 생각할 때쯤 나는 고속터미널역 3호선, 7호선 입구 앞 도로 한복판에 서있다. 몸집 만한 이민가방과 함께. 반달음질로 재촉하는 출근길 발걸음들을 가로질러 이민가방 바퀴는 열심히 굴러간다. “### 님, 들어오세요.” ... “방콕 병원에서 가져오신 자료만으로는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으니 조직검사를 한번 하도록 하죠.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오면 다시 뵙죠.”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스팔트 도로를 구를 때마다 이민가방 바퀴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결국 눈 앞에 보이는 택시를 잡아 올라타고, 목적지를 망설이는데 기사님이 묻는다. “어디 멀리서 오셨어요?” “아주 멀리서 왔어요. 기사님, 저 그냥 분당까지 가주세요.” “아이고..아가씨. 너무 고단해 보이네. 미터기 끄고 3만 원에 갑시다.” 발가락 끝까지 메워져 있던 긴장이 풀린다. 이번에는 눈꺼풀과의 씨름에서 지기로 한다. 그렇게 달고 곤한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