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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Feb 09. 2023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1. 접근법

“가격결정이 경영을 좌우한다 - 이나모리 가즈오”

최근 업무상 [가격]에 대해 깊게 고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겉으론 참 심플한 숫자 몇 개를 결정하려면 시장과 고객, 제품의 면면을 뜯어보고 또 동시에 큰 숲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과,


역으로 그 심플한 숫자 몇 개를 보며 "왜 이렇게 프라이싱을 했을까?”를 나름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를 추론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두 가지 모두 흥미롭더라고요.


그래서 실무자 관점에서 가격설계에 대해 고민하며 깨달은 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격결정에 관해서는 경제학, 심리학 관점에서 쓰인 깊이 있는 책들도 많으니 이 글은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글은 B2B(Business to Business), 무형서비스 가격결정 상황을 배경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접근법


처음 가격을 고민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방법은 일명 '원가 가산 방식'이었습니다.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원가)에서 얼마나 더 이윤을 남길 것인가를 더하여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여기엔 '원가는 고정되어 있다.‘ 전제와 ’손해 보지 않은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결정된 가격을 고객이 선택해 줄지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죠. 잃지 않는 게임으로 시작은 할 수 있겠으나, 고객의 지불용의가격(고객이 기꺼이 쓸 수 있는 돈)을 너무 뒤늦게 고려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당신이 원가가산 가격결정으로 도출한 가격이 실제 소비자의 지불용의가격과 맞아떨어지는 천운을 누리지 않는 한, 원가가산방식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이익이나 당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원가가산 방식으로는 가격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게 도출될 우려가 크다. -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


위 내용과 유사한 피드백을 리더로부터 받고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우연히 "이거다!"하고 발견한 것이 있었는데요.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 중 한 부분입니다.


“나는 ‘가격결정이 경영의 생사를 좌우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세라 제품의 판매가격은 모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책정하고, 그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고객이 만족하는 완벽한 제품을 최소비용으로 만들어내도록 온갖 지혜를 짜낸다. 이익은 그 결과물로써 발생한다. 나는 이 것이 바로 경영의 기본이라 생각하며, 판매가격은 물론 원가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


위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가격결정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영의 ‘생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

2. 가격을 기준으로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든다  

3. 그 제품을 최소비용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짜낸다

4. 이익은 그 결과물로써 발생하며, 이것이 경영의 기본이다

5. 판매가격은 물론 원가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 제품을 만드는데 원가가 얼마이기 때문에 이 가격이에요“라는 말은 철저히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의 관점이고, 사는 사람은 사실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우리 제품은 고객이 지불해야 할 수많은 비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객의 관심은 내가 쓸 수 있는 돈 안에 그 가격이 있느냐, 그리고 기대한 값어치를 하느냐겠죠. 내가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소리인데, 가격결정을 할 때는 간과하기 쉽더라고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 안에서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 그리고 그 가격이 재무적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있도록 하는 것.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격설계의 미학이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임할지 정하고 나서도, 안개는 자욱했는데요. 다음 글에서는 가격설계 상황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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