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주의자가 무슨 골프?

<유쾌한 골린이 생활> 1

by 조창완

“창완이 너 기업에서 일하려면 골프 쳐야 해”

자주 만나는 고향 친구들이 옆에서 부추기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보성그룹 산하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에서 투자유치와 홍보 담당 상무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나 그래도 환경론자야 내가 어떻게 골프를 치냐”

“우리나라에 골프장 숫자가 500개가 넘고, 이제는 스크린골프장도 너무 늘어서 환경만 따지면 안 되지. 그리고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더 그래”

“내 일에 골프가 필요하긴 한 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골프 없이도 상관은 없어.”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달라져. 시야도 달라진다. 여자는 박세리부터 시작해, 남자도 최경주나 최근에 뜨는 임성재까지. 골프가 얼마나 한국의 국위선양에 도움을 주는데, 환경만 따지면 시대에 뒤처지지.”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고향 친구들은 자기들만 잘 치면 되지 굳이 나에게 골프를 권할 일도 없는데, 자주 만나는 고향 친구들이 강권을 시작했다. 서서히 나 자신과 타협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의 주된 일은 목포에서 멀지 않은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 있는 솔라시도 구성지구에 투자자를 모집하고, 스마트시티로 만들기 위한 방향을 기획하고, 우리 지역을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기업도시이기도 한 솔라시도 구성지구는 632만 평의 만만치 않은 넓이다. 여의도 넓이의 7.3배니 어지간히 넓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은 계열사인 한양 홍보실의 관계자가 나를 만나러 왔다.

“조상무 님, 저희 그룹이 골프장 두 개를 운영하는 거 아시죠”

“예 알고 있어요. 파인비치랑 파인힐스요”

“예 맞아요. 그룹이 이 두 곳에 기념석을 세운다고 하는데, 글이 좀 필요해서요. 상무님이 글을 잘 쓰신다는 말을 듣고 좀 요청하러 왔어요.”

글에 대한 겁은 없지만, 골프장도 모르는 내가 큰 돌에 새겨질 글을 쓰는 일이 부담스러웠지만, 고민 끝에 해보겠다고 했다. 어차피 글을 쓰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고, 또 좋은 문인들의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두 곳 골프장의 정보와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나 스토리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인비치는 ‘동양의 페블비치’라 불릴 만큼 바다가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참고로 페블비치(Pebble Beach)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지역인데, 이곳 골프장이 바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빛어내기 때문에 바닷가 경치 좋은 골프장의 대명사다.

반면에 파인힐스는 전남 순천 조계산 뒷자락에 자리한 천혜의 숲에 조성된 골프장이다. 송광사나 선암사 같은 고찰과도 가깝다. 스토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곳들이 가진 역사나 지형을 바탕으로 길지 않은 소개글을 써서 보냈다. 몇 차례 말이 오간 후 멈추었는데, 하네 안 하네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어떻든 나는 두 골프를 치기도 전에 골프장부터 공부하게 됐다.

내가 하는 투자유치 일은 좋은 투자자들에게 솔라시도가 가진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후 관심을 가지면 이곳을 직접 안내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다. 2008년 한국에 들어와서 2010년 11월부터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에서 일했는데, 그때부터 골프는 내 생각에 깊이 들어왔지만 경제적 여건이나 환경에 대한 고집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오던 것이다.

그런데 골프는 내 옆에 항상 있었다. 새만금이든 솔라시도든 현장을 방문하면 골프를 빼놓을 수 없었다. 새만금 관광지구도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108홀의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을 포함했고, 솔라시도 역시 첫 사업에 골프장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골프 코스 중에 하나인 군산CC를 방문해 자문을 받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굳이 골프를 배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솔라시도 부지는 KTX 목포역에서 승용차로 20분 정도만 가면 도착한다. 거기에서 20분만 더 가면 우리 그룹에 소유한 파인비치 골프장이 있다. 나도 파인비치 골프장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 그룹 행사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을 안내할 때 자연스럽게 골프장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봄, 가을에는 회장님이 같이하는 그룹 임원진 골프대회도 열렸다. 물론 골프를 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빠졌다.

“봐라. 네가 골프를 쳤으면 니 일이 얼마나 편해졌겠냐.”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 않아. 나야 논리적으로 투자가치를 설명하면 되지. 꼭 골프를 같이 쳐야 할까.”

“골프는 네 사람이 동행할 경우에 4시간 넘게 같이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 안칠 수도 있지만, 칠 경우에 얻는 이득이 훨씬 많다.”

나는 서서히 친구들의 말에 반항할 논리가 사라졌다. 거기에 내게는 골프를 칠 때 쓸 수 있는 법인카드가 있어서 큰 부담도 덜했다. 입사 다음 해인 2019년 여름 드디어 결정적인 계기가 왔다.

“창완아. 올 8.15 행사 때 우리 동기들 가운데 멤버 한 명이 부족해. 네가 좀 배워서 같이 해줘”

“골프가 그렇게 쉬운 운동이 아니잖아.”

“굳이 잘 칠 필요는 없어. 못 치면 그 나름대로 역할이 있어.”

좀 암담했지만 골프를 쳐보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둘째 매형에게 말했더니, 당장 오라 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안양에 있는 매형 집으로 갔다.

매형은 나를 데리고 근처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 스윙부터 골프장 에티켓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교육했다.

“당연히 알겠지만 골프는 매너가 중요하다. 매너가 없으면 차라리 안치는 만 못할 수 있어.”

“뭐가 가장 중요해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해. 특히 내기 골프를 하면 상대를 다 읽을 수 있다. 이때 실수하면 차라리 안치는 만 못할 수 있어.”

그러면서 매형은 나에게 드라이버, 퍼터와 4개의 아이언이 포함된 미니 골프클럽을 선물해줬다.

“매형이 여건이 좋으면 풀세트 장비를 장만해 주면 좋을 텐데, 일단 이걸로 쳐봐”

50대 초반에 건설기업의 상무로 승진했다가, 바로 퇴직한 후 무역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정도로도 나는 감사했다. 또 매형이 가르쳐준 골프 기초는 무엇보다도 내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다.

매형이 준 클럽과 관련 동영상이 든 USB를 갖고 온 돌아온 나는 찾아오는 주부터 집 근처에 있는 인도어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 첫 라운딩을 한 달 앞둔 2019년 7월 중순이었다. 인도어 골프연습장은 녹색 그물이 쳐 있는 실외 골프 연습장을 말한다. 내가 다녔던 부평역 대아골프클럽의 한 달 연습비는 21만 원이었다. 주차가 가능했고, 연습 후 샤워도 가능했다.

8.15 행사까지는 한 달이 남았다. 8.15 행사는 내 고향인 전남 영광군 백수읍에서 매년 광복절에 중학교 운동장에서 전 읍민들이 모여서 벌이는 동네잔치다. 어릴 적부터 동네의 가장 떠들썩한 잔치였다. 특히 축구대회가 컸는데, 내가 어릴 때는 리별로 축구팀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전에 마지막으로 열린 대회 때만 해도 초등학교 별로로 4개로 편을 나누어 운동을 했다. 축구, 족구, 달리기 등이 주 경기였고, 언젠가부터는 전날 골프게임도 포함됐다. 8월 14일에 영광CC(지금은 웨스트오션CC)나 주변 지역 골프장에서 경기를 미리 했다.

한 달이란 시간은 길지 않다. 거기에 술을 많이 먹는 생활습관으로 인해 한 달 동안 10여 차례 연습장에 가서 연습을 했다. 물론 이 역시 험난한 과정이었다.


페블비치.jpg 미국 페블비치 골프장의 모습. 바다와 어우러진 환상적인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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