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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08. 2019

날것을 추구하는 마음

여덟 번째 편지


가공하지 않은

날것을 좋아해서



'내가 추구하는 것'

내게 답하는 여덟 번째 편지



8일 차 주제. '추구'





생짜


가공하지 않은 음식을 두고 날것, 혹은 생것이라고 한다. 날것을 검색하니 유사어에 '생짜'가 있다. 생짜 초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생짜'만 떼어놓고 보니 낯설다. 사전 뜻을 보니 '어떤 일에 익숙하거나 숙련되지 못한 것 또는 그런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아이 그림을 좋아하는 건 애들이 생짜라서, 가공하지 않은 그림을 그려서구나.'


그 느낌을 닮아보려 왼손에 연필을 쥐어도 소용없었던 이유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였다. 난 너무 익숙해서, 더는 새롭게 보이지 않아서, 보려고 하지 않아서 손끝에 나오는 나태함이 싫었던 거다.


꾸밈없는 그림 속 낯선 시선을, 대상을 요리조리 살피다 묻은 즐거움의 흔적을 좋아한 거였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생짜처럼 사물을, 세상을 바라볼 일이다.





오름


자연이 만드는 우연한 형태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미술 작품도 건축물도 자연과 연결돼있다.

제주도 오름을 특히 좋아한다. 화산이 만든 거친 듯 유려한 형체가 하늘, 땅을 반씩 섞어놓은 것 같다. 아직 금오름 한 곳밖에 못 가봤지만, 다음 기회에 다른 오름들도 전부 갈 테다. 오름을 좋아하듯, 내가 추구하는 그림과 글도 조금은 거칠고 또 자유로운 듯 정돈된 느낌이다.







날것을 추구하는 마음


날것 같은 그림을 좋아하면 그에 따른 마찰을 피할 수 없다. 특히나 나는 왜일지 인위적인 표현에 예민해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정말로 애가 그린 건지 미술 전공한 사람이 그린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익혀도 보고 튀겨도 보지만 결국 내가 편한 것을 계속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좋다고 느끼는 걸 오래 지속하고 싶다. 계속해나가다 보면 날것인데 날것 같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부디) 이제 날것을 추구하는 마음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아홉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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