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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생 Nov 25. 2019

서울 낭만

더디게 흐르는 서울의 북쪽


내게 답하는 스물다섯 번째 편지


25일 차 주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생부터 20대 후반까지 쭉 경기도에 살았습니다. 그러다 이사 가서 살게 된 집은 서울에서 관광객이 가장 몰리는 곳이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곳은 5분만 걸어가도 상권이 형성돼 있어 편한지도 모르고 편했는데, 이사 간 곳은 서울의 북쪽, 그린벨트 지역, 긴 언덕 위 집이었습니다.



그 흔한 크린토피아, 문방구, 파리바게뜨 하나 없었습니다. 성벽이 둘러싼 곳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장에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을 참아야 했으므로 꼭 수도원에 들어와 사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이곳에서 서울 낭만 생활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매일이 다른 산


산 아니면 집인 이곳에서 어디론가 가겠다는 건 가파른 언덕을 15분 오르내리고 최소 20분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일이었지만 일터, 버스, 집에 콕 박힌 삶은 팍팍했습니다. 그래서 수업 전이나 수업이 없는 날 탐험하는 심정으로 이곳저곳 다니자 맘먹었습니다.  



가까운 곳부터 시작했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카페에 들렀습니다. 조용한 동네라 거의 저 혼자였습니다.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책을 보거나, 사장님이 업무실에 들어가시면 구석에 있는 피아노도 뚱땅거렸습니다.



주말에 데이트하는 연인을 피해, 평일에 여유롭게 인기 카페에서 혼술도 했습니다.



입장 시간 지난 경복궁 주변을 어슬렁 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엔 관광객 사이에 껴 궁을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눈 내리는 창덕궁이 그렇게 아름답다길래, 눈 오는 타이밍에 딱 맞춰 달려간 특별한 기억도 있습니다. 집에 데려다주던 지금의 남편과 눈을 맞고는 폐장 한 시간 전에 후다닥. 흰 세상에 저희뿐 인 것 같았습니다.









집 근처 도서관을 찾다가 거리는 좀 있지만 특별한 도서관을 발견했습니다. 숲속에 숨어있는 도서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한 번쯤 같이 가려고 찜 한 곳입니다.



얼어버린 친정집 내 방 작은 창문


겨울, 다른 곳보다 추운 친정집 생각이 납니다.  시기쯤 동파와의 전쟁이고 불편한 것투성이였지만, 이곳이라   있던 일들은 특별했습니다. 사랑하지 않을  없던 서울 북쪽, 낭만 생활 이야기 .


결혼 뒤 신혼집도 산 옆입니다.





나를 찾는 여행 중,

내일은 스물여섯 번째 편지를 씁니다.


https://brunch.co.kr/@chograss/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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