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속 아뜰리에, 첫 번째 에피소드.
주제 : 당신이 섬세하게 느끼는 삶의 부분
제가 첫 주제를 던질 사람이라 영광입니다. 굽신굽신.
우리의 첫출발을 위해 제일 적절한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예술을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여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바로 정한 제목이 '당신이 섬세하게 느끼는 삶의 부분'입니다. 각자가 바라보는 삶(생활)에서 예술이라고 느끼는 것, 특히 압도적으로 느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자신의 분야나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시각을 이야기해본다면 자신이 평소에 느끼던 흥미로운 것에 대해서도 더 알아가 보거나, 더 구체화한다거나... 그러지 않을까요? 사람들에게 "우린 세상을 볼 때 이런 것들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아요."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최
#공간디자인 #프랑스유학생 #인문학중독자
공간을 바라보고 연구하다 보면, 공간 그 자체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화려하고 세련된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 공간 안에 있는 오브제와 사람들이야 말로 이야기를 태어나게 하는 주인공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을 걷는다고 하면, 어떤 동선과 색상들로 공간이 이루어져 있는가는 전시된 작품들이 가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대상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방해한다면 잘 디자인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공간은 자기주장이 강해선 안된다. 우리가 연극을 볼 때나,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에 가거나,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에도 공간은 늘 우직한 조연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람들은 주로 시각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흡수한다. 우리는 오감 중에서 시각에만 70% 이상 의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공간 그 자체로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글이나 그림이 달리 없다. 따라서 여러분과 공간 사이의 소통은 비교적 무의식의 영역에서 오감을 통해 일어난다. 우리는 카페에서 친구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 도중 공간에 흐르는 커피 향과 빵 냄새를 맡고, 나무로 되어있는 테이블과 푹신한 의자의 촉감, 머그컵의 따스한 온도와 등 뒤로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일일이 엿듣지 않아도, 그 소음의 정도에 따라 편안하거나 불쾌한 공간이라고 여러분의 머릿속에 저장된다.
따라서 공간을 연구하고,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하는 사람이라면 시각뿐만 아니라 오감을 통해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면, 어떤 다감각적인 연출이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지 떠올린다. 그 연출이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지 상상한다. 내가 인문학 서적을 좋아하고, 요리와 기타 연주를 통해 오감을 항상 벼려두는 것은 단순 호기심만으로 나온 게 아니다. 우리는 무의식을 통해 공간과 소통하고, 그 언어들을 의식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내 무의식이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챌 필요가 있다.
오감을 통해 세상을 더 높은 해상도로 보는 것은 영감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각 재료들의 냄새와 촉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촉감의 재료가 느껴지는 음식이 모두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더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식단이 어느 정도 일정해서 같은 요리를 할 때가 있지만 씹히는 양파의 익힘과 간이 조금씩 다르다. 그게 모두 내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익숙한 길에서 종종 눈을 감은채 걸으며 바람의 온도를 맡곤 한다. 지금 타자를 치는 중간에도 눈을 감고 키보드에서 나오는 소음과 그 촉감에 집중해본다. 눈을 감는다는 단순한 동작 하나에 여러분이 경험하는 현실은 꽤 많이 다를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당신이 천천히 내뱉는 호흡의 소리가 들린다. 그 호흡을 의식하는 순간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촉감을 느끼고, 다시 들어오는 공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그런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그저 잊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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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예술가가 전하는
그들만의 세상 이야기.
우체통 속 아뜰리에에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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