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희 May 14. 2020

끌림에 끌리다.

이병률 산문집. 서평 event에서 카메라 得

올레 여행길에 유일하게 나와 동행한 <끌림>은 나를 잡아 이끌었다.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구성작가였던 이병률의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나이에 어울리는 주름과 눈빛을 가지고 있다는 이병률님.  아직도 너무 수줍고 여리다는 소라님의 글처럼 이 책은 여린 감성과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이 녹아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내가 경험한 감정이 있을 때, 내가 봤던 도시나 나왔을 때 나는 더 많이 느끼고 오래 감상하고 생각을 되새김질했다.


멕시코 이발소의 풍경을 보며 네팔의 이발소를 떠올렸다. 헤나로 염색 후 머리칼이 반짝였던 것과 살짝 코끝을 스치는 지나가는 헤나향이 떠올려졌다. 허름하지만 정성이 있었던 순한 눈빛을 가진 이발사도 생각났다. 헤나로 염색하고 1시간 후 집에가서 머리를 감으라는 말에..황당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마구 웃으면서 머리에 헤나를 뒤집어쓰고 우스꽝스럽게 포카라를 걸었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거북이의 속도로는 절대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 이 두가지 이유로 거북이를 기르는 사람의 이야기. 짧기만 그 마음이 느껴진다.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야기를  읽으며 떠올렸다. 사람에게 받은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을 수 있는 건 사랑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그랬던 기억이.  저~편의 과거가 떠올라 한동안 먹먹하기도 했다. 글 속의 주인공에게 사랑으로 치유받길 원한다는 말을 진심어린 눈빛으로 전하고프기도 했다.


인도의 사진이 나오면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글 내용과 내가 느낀 감정과 오버랩되면서 글자가 입체감있게 눈 앞에 떠돌았다. 그 글씨들이 재조합하면서 글을 읽는 맛이 새로웠다. 바라나시의 석양이 그리웠으며 그렇게 귀찮았던 인도 아이들의 눈망울이 날 잡았다.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소통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여행 후 바로 영어공부할 것 같았지만 실력은 아직 그대로인 나를. 살짝 원망 했다. 동시에 이병률..그가 부러웠다.


예전부터 동경해 오던 베니스!! 이병률의 무한한 찬사와 나의 상상력이 합해 수로를 따라 오랫동안 여행을 했다. 혼자 베니스의 수공예 가게에서 유리로 된 악세사리를 고르는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올해 계획했으나 가지 못했던 산토리니는 나의 맘을 다시 한번 휘집어 놓았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산토리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내년엔 꼭 다시 도전하리라는 희망을 부풀리며 스스로를 위로 한다. 소풍날보다 소풍가기 전날이 더 즐거운 것처럼!! 


처음엔 그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살짝 헤매었다. 뭐야~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하는 물음이 따랐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의 방식을 이해했고 나만의 방식으로 이 책을 즐기게 되었다고 할까? 특이한 <끌림>

 

이 책에 없는 것 두 가지~

1. 이 책에는 페이지 표시가 없다.

저자의 기억에 의존한 순서 없는 기록들만이 #1,2,3 ~71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손이 이끄는 대로, 또는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을 그냥 골라 읽으면 된다. 자유로운 이병률의 방식이 묻어난다.


2. 형식이나 스토리가 없다. 그래서 예상할 수 없다.

자기만 들을 수 있는 혼자말을 하는 느낌이었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도 보였다. 누구에겐가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 속에 헤매서 살짝 지루했다. 어떨땐 내용이 관심이 생길쯤이면 그냥 끝나버리기도 했다.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예측되는 책을 선호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살아있는 혹은 외로움을 느껴본 이, 사랑해 본 적이 있으나 지금 혼자라면 꼭 권해 주고 싶다.


나의 썰렁한 농담에도 키득거리며 한참 웃는 너를 보다가 나도 너처럼, 누군가를 잊어야 할 사람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 왠지 잊어야 할 그 사람이 배를 타고 나를 찾아올 것만 같아. 하루 종일 부두에 나가 있는 거였다고 너에게 말하려고 했지만 넌 나무 탁자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았어 그때, 창문 틈으로 비의 냄새가 더 진하게 들이닥쳤어. #65 시칠리아 섬엔 잊으러 온 사람들뿐이다.

이 글이 와 닿는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이 책을 구입해도 좋을 사람!이다^^


난 이책의 글보다 사진이 훨씬 더 좋았다. 글에는 스토리가 없고 때때로 다른 감성을 보았지만 사진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고 느낌이 분명했다. 통하는 감성이 있었다. 표지도 독특해 맘에 든다.

하얀 표지도 맘에 들지만 그 속에 숨겨진 표지가 더 좋다. 우유에 에스프레소 커피로 글을 써 둔 느낌이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것 찾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