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재경영 20년 7월호 special report
2월 1일 토요일 저녁 10시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는 경영지원실 실장님이다. 주말 늦은 시간에 오는 회사 관계자의 연락은 늘 불안하다. 대부분 사고이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늦게 죄송합니다. 우리 직원 중에 코로나19 확진자와 직접 접촉한 분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비,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주말에 갑자기 벌어진 상황은 당황 그 자체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돌발상황에 대비한 준비한 시나리오, 격리와 방역, 재택근무를 빠르게 가동했다. 다행히 접촉했던 해당 직원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 빠르게 일상 업무로 재개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와 언택트 근무환경이 우리에게 급습해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모든 제도가 언제나 물 흐르듯 자연스레 도입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찾아와 정착하는 제도들도 있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연한 것도 낯설게 본다’는 비상교육의 7대 핵심가치 중 첫 번째다. 코로나19 이후에 이 핵심가치는 천천히 연착륙하며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무조건 해내야 하는 필수과제가 됐다. 모든 상황이 낯선 상황에 직면했다. 언택트 시대는 이렇게 찾아 왔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당연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와버렸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비상교육은 ‘이 시대의 바람직한 조직문화가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내가 선택한 조직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주는 것’으로 정했다. 조직은 장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지금 시대는 정보화 사회를 지나 ‘하이컨셉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하이컨셉 시대’는 다니엘 핑크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트렌드와 기회를 감지하는 능력, 무관해 보이는 아이디어의 결합을 통해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역량 등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과 실현능력’이 필요한 시대를 말한다.
지금은 모든 것이 변동(Volatility)하고, 불확실하며(Uncertainty), 복잡하고(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VUCA 시대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잘 적응하는 직장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조직이 지시한 것을 지시한 대로 빠르고 잘 수행한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변화하는 세상에 스스로 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맞는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서 일하는 조직의 능력이 중요하다.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라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변화가 다이내믹한 이 시대에는 그에 맞춰 일하는 방식도 변화되어야 한다. ‘일의 목적’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장소나 시간 중심에서 역할과 업무중심으로 일의 정의가 변화되어야 한다. 어디서 몇 시간 일했는지가 아니라 약속한 일을 어떻게,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려면 그 일을 왜 하는지 목적이 정확해야 한다. 그에 따라 평가나 피드백도 달라져야 한다.
비상교육은 기존의 점수화, 서열화시켰던 평가제도를 폐지했다. 연말에 일괄적으로 진행하던 평가 또한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연간 1~4회씩 부서 사업계획에 따라 피드백만 진행한다. 업무담당자는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 업무를 정해, 업무담당자의 일을 잘 아는 사람들로(팀 동료, 타 부서 협력자, 상위직책자, 고객 등)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비상교육은 이 과정을 Value-up(벨류업)이라 정의했다. 피드백의 목적은 일을 좀 더 잘하게 하기 위함이다.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업무담당자마다 피드백 조건은 동일하지 않다. 평가의 동일 조건으로 집중하기보다 업무에 따라 피드백 기간, 횟수, 시기, 피드백하는 사람을 선택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학기 교재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연 2회, 교재 개발 완료 후 개발자-디자이너-제작-저자와 종합 피드백을 진행한다. 채용처럼 반복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온라인 채용 프로젝트, 공채, 면접관 교육 등 프로젝트별로 2~4개월 단위 피드백을 진행한다.
피드백은 철저한 계획보다는 빠른 적응으로 업무관리 방향을 스스로 바꾸게 한다. 사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의 변수들을 모두 다 통제할 수 없지만, 빠른 수정으로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일을 하게 만들려면 통제나 강압적 지시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그 일을 통한 즐거움에 있다고 보았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은 일 자체의 즐거움, 의미를 높이고 목표를 계속 얼라이언먼트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이 능력 있는 인재들이 원하는 일하는 법, 지금 세대가 바라는 윈윈하는 조직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언택트 환경에서도 중요한 방향이다. 연1회의 평가보다 애자일한 기업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벨류업 피드백 제도는 조직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평가가 없어진 환경은 채찍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평가를 이용한 D등급이나 C등급 부여 라는 채찍이 없어서 일을 안 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이 있다. 이 제도는 조직구성원을 신뢰하지 못하면 시행하기 어렵다. 비상교육은 핵심가치를 함께 만드는 과정을 몇 개 월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회사는 구성원에 대해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구성원도 회사와 동료 구성원에 대해 신뢰를 확인했다. 참여와 합의를 통해 함께 목적을 공유한다면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이상과 가치를 위해 스스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 조직은 일의 목적,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채용 홍보 방식을 바꿨다. 외부 채용 설명회 대신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의 일환이기도 했고 위축된 분위기에서도 좋은 인재를 모시기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유튜브 등 영상에 익숙한 취준생에게 회사를 홍보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담당자의 생각도 더해졌다. 잡플렉스란 플랫폼을 찾
았다. V로그 형식으로 가볍게, 회사의 공간과 대표이사, 구성원들을 재미있게, 편안하게 소개했다. 그리고 채용 박람회 형태로 설명회 시간을 홍보하고 그 시간에 직접 온라인으로 접속한 사람들에게 질의응답을 받았다.
오프라인 설명회에선 1회당 50명 내외 인원에게 비상교육을 알렸다면 온라인 설명회에선 단 1회에 269명이나 참여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온라인답게 즉석에서 회사에 대한 문의와 답변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V로그 형식의 회사 소개는 유튜브(https://www. youtube.com/watch?v=vWxfquBZl3g)에서 2만2천 뷰를 기록했다. 위기는 기회를 만든다. 빠르게 준비하고 대응한 결과 이전보다 더 효과적인 채용 홍보 채널을 발굴했다. 아직 자기소개서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기법을 활용하거나 AI면접으로 면접관의 편향을 보완하는 작업까지는 도입하진 못했다. 향후에는 이러한 신기술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홍보, 채용방식 등 각각의 업무 목적에 맞는 방법을 찾고 활용할 예정이다.
셋째, 직원 교육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3월 초부터 평가제도를 없애고 피드백제도를 지원하는 피드백방법 교육이 전 직원 대상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2개월간 자체 과정개발을 하고 강의 자료도 다 만들어 두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전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식으로 교육하는 방식은 불가능해졌다. 교육팀은 다시 머리를 모았다. 피드백 교육은 단순히 듣기만 해서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것에 집중했다.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1. 웹 포스팅 방법으로 교육 내용을 전달한다. 2. 참여를 위해 설문조사, 댓글, 펀딩, 교육 내용을 읽고 ‘피드백 그라운드 룰’을 단위 조직별로 만든다. 3. 전 직원이 함께 만든 피드백 그라운드 룰을 모아 비상교육의 피드백 그라운드 룰을 만들어 실제 평가 피드백에서 사용한다.>라는 참여를 이끄는 방법, 실행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 인재경영 2020.07 기고 내용 중 . 후속 내용은 이후 공유합니다. (과정개발 전략, 그라운드 룰, 조직문화 이벤트, 이후 준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