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말이 오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주고받고 있는가
회의실에서 두 시간을 보냈다. 안건은 흐릿하고, 결론은 모호하고, 회의실 문을 나서며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는가?
어떤 리더는 아침에 "수고했어요" 한마디로 팀원의 하루를 바꿔놓는다. 어떤 리더는 같은 자리에서 팀원의 등에 칼을 꽂는다. 물론 그 팀장은 자기가 칼을 꽂은 줄도 모른다.
말이 그렇게 무섭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말이다. 말 한마디로 기회가 열리고, 말 한마디로 10년 관계가 닫힌다. 문뜩 대화를 의료 상황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응급처치의 CPR이 멈춘 심장을 살리듯, 직장의 대화도 CPR이 필요하다. Contents, Process, Relation. 내용, 방법, 관계.
대화가 끝난 뒤, 셋 중 하나라도 달라진 게 있어야 한다.
내용(C)이 바뀌었는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됐거나, 방향이 선명해졌거나, 서로 합의에 이르렀거나. 제안, 설득, 합의 — 이 모든 것이 내용을 바꾸는 대화다.
방법(P)이 바뀌었는가. 습관처럼 해오던 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거나, 피드백 하나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거나. 좋은 대화는 사람을 조용히 성장시킨다.
관계(R)가 좋아졌는가. 내용도, 방법도 당장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 적어도 오늘 이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면, 그 대화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셋 중 하나도 없었다면? 그건 자기 자랑이거나 감정 배설이거나, 그냥 소음이다. 자기 자랑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감정 배설은 관계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회의 도중 누군가 갑자기 입을 다문다. 또는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그 순간 대부분은 당황하거나 맞받아친다. 그런데 정말 필요한 건 잠깐 멈추고 묻는 것이다.
'저 사람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방어심리는 공격보다 먼저 온다. 상대가 움츠러들거나 날을 세운다면, 그건 십중팔구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내 의도를 오해했거나, 내 말이 자존심을 건드렸거나, 아니면 그냥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거나.
상대가 100% 틀렸다고 해도,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오해를 풀고, 의도를 분명히 하고, 함께 길을 찾는 것. 그게 대화의 본래 기능이다.
경상도 말에 이런 표현이 있다.
"니가 그 카이끼니 내 그카지. 니 안 그카모 내 그카긋나?"
표준말로 옮기면 이렇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그렇게 말하지. 네가 안 그랬으면 내가 그랬겠냐?"
얼핏 들으면 싸움 같다. 그런데 이 말은 화해를 위한 말이다. 나도 너도, 우리 둘 다 그냥 인간이야. 하는 따뜻한 인정.
다만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다. "네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로 시작하면, 잘잘못 따지기가 시작된다. 그 순간 대화는 법정이 된다. 원고와 피고가 생기고, 결론 없이 시간만 흐른다. 잘잘못보다 중요한 게 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함께 풀어갈 것인가. 상대가 어떻게 말했든, 내가 다르게 말하면 문제는 풀린다. 대화는 손뼉 치기다. 한 손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내 손을 먼저 내밀면 된다.
사람은 이성의 동물이기 이전에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이 상하면 쉬운 수학 문제도 틀린다. 당연히 합리적인 업무 판단도 흐려진다. 감정적으로 충돌한 순간부터, 대화의 목적은 사라지고 자존심 싸움만 남는다. 잘잘못은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 풀어도 된다. 지금 당장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가리는 것보다, 서로 감정을 먼저 다독이는 게 중요하다. 직장은 결국 일을 잘하기 위해 모인 곳이다. 직장의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한다. 함께 하는 일은 관계가 버텨줄 때 오래간다. 감정이 쌓이지 않을 때, 말이 편안할 때, 사람들은 더 잘 움직이고 더 오래 함께한다. 위로받고 나면 일도 더 잘된다. 그게 직장이라는 공간의 진짜 작동 원리다. 그걸 잊으면 직장은 그냥 계약의 공간이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하는 사람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지혜를 나눠주셨다.
"상대방이 자주 쓰는 단어를 기억해서 그대로 씁니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대단한 배려다. 내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언어로 말하는 것. 그러면 같은 내용도 훨씬 잘 들린다. 통한다고 느낀다.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내가 맞고 너는 틀렸다"는 태도, 컨설턴트처럼 가르치려는 말투. 이건 상대를 학생으로 만드는 거다. 사람은 학생 취급받는 순간 마음을 닫는다.
진실하게, 결론부터, 친근하게. 글로 하는 대화라면 이모티콘 하나도 온기가 된다.
퇴근길에 한번 떠올려본다.
오늘 나눈 대화들. 그 대화 끝에 무언가 달라진 게 있었는지. 상대방은 대화 후에 어떤 표정이었는지. 상대의 언어로 말했는지, 내 언어로만 말했는지.
직장에서의 대화는 의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회의, 보고, 피드백, 지시.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게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 사이에 오가는 에너지다. 그 에너지가 살리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고, 서서히 죽이는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대화는 CPR이다. 내용을 바꾸거나, 방법을 바꾸거나, 관계를 살리거나. 셋 중 하나만 해도 오늘의 대화는 성공이다. 대화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가장 편안하게 말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말을 돌아본다.
#태도 #모든것은태도에서결정된다 #기분이태도가되지않게 #잘되는사람들의 태도 #언어 #일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