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사람 최승선 018] 공익을 위한 당부입니다..
"양평"을 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무엇을 기대할까? 나는 그것을 '한적함'이라고 정의한다. 도시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인공적인 것보다 말 그대로 '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 북적거리는 도시와 달리 자연스레 느려지는 걸음과 편안해지는 마음. 양평은 그런 곳이다. 그래서 양평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주말이라면 말이 다르다.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다. 그러니까 약 20년 전쯤. 평화롭던 주말 오후, 아빠는 갑자기 포도를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포도가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먹으러 ’ 간다니!‘ 당장 가자고 폴짝폴짝 뛰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러나 20분 후, 우리는 도로에 갇혔다. 목적지가 양수리의 포도 농장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매는 3인승 트럭에서 구겨지길 택했다. 지루함을 견딜 방도가 없었고, 멀미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자야만 했다. 오랜만에 자식들을 데리고 나가는 호의를 베풀었던 40대의 아빠는 차를 돌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화로 가득 차 있었다. 이따금 잠에 깬 딸은 ”아빠! 옆에 자전거가 더 빠르다! 근데 내가 걸어가도 더 빠르겠다! 걸어갔어도 아까 도착했을 것 같아! “같은 말로 아빠의 화를 돋웠고, 더 이상 낼 화가 없었던 아빠는 껄껄 웃으며 그랬겠다 답했다.
30분이면 갈 길을 3시간을 넘게 갇혀 있었다. 간식으로 포도를 먹으려고 했던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포도 농장에 도착했다. 포도를 먹었던가. 돌아오는 길, 다시는 주말에 포도 먹으러 가지 말자는 약속만 선명하고. 그 약속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여, ’주말 양수리‘ 하면 아직도 ’ 포도농장?‘하며 우리 가족의 안주거리가 되었다.
괜찮은 때, 괜찮은 지역이 있기도 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쯤부터 하남에서 팔당을 지나 양평을 들어오는 길이 꽉 막힌다. 양수리를 지나면 좀 괜찮아진다. 그러니까, 토요일 점심을 먹으러 양평에 온다면 아침 일찍 양평에 진입하여 양서면, 서종면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하시길! 강하면, 옥천면, 양평읍도 강이 보이는 식당이 많답니다? 양서면, 서종면은 정말 평일에 가시면 행복해요,,,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오후부터 밤까지 양평에서 서울 가는 방향이 계속 막힌다. 차 막히는 게 싫다면 양평에서 저녁도 드시고, 좋은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다가 카페 마감과 함께 귀가하시길 권한다. 양평의 카페는 10시 마감이면 늦게까지 하는 축에 속하므로 그 기준이 딱! 하루 온종일 양평에 있으면서 양평 관광 소비 활성화에 이바지하시길 ^-^
추신. 양평에 좋아하는 곳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저도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