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사람 최승선 019] 여러분은 동네 관광지를 가시나요?
‘동네 사람’들은 관광지에 가지 않는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광지는 쓸데없이 사람만 많고, 비싼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20살 가을에서야, 성인이 된 나의 의지로 처음 두물머리에 갔다. 나를 두물머리에 데려간 어른이 없었던 것이다.
큰 기대감 없이 갔고, 큰 감격 없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2년에 한 번꼴로 꾸준히 갔다. 동네 사람(아니다. 차로 30분 걸린다.)치고는 자주 간 편인 것 같다. 그건 내가 양평 밖 사람들과 자주 놀게 된 덕이었다. 사람 마음이 발에 차이게 흔한 것이라 해도 누가 탐내면 욕심이 생기는 게, 두물머리가 딱 그렇다.
양수리는 정체 경고 표지판으로 알 수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지판은 “주말, 공휴일 여기서부터 2시간 정체” 자전거 한 대 안 다니는, 유독 한가한 평일 낮에 그 표지판을 보고 있으면 꽉 막힌 도로와 자동차 안의 지루하고 괴로운 표정들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덕이다. 그러니, 두물머리를 가려거든 꼭 평일에 가시고 주말에 가려거든 가급적 경의중앙선을 이용하시길..
우리 도로는 뻥 뚫렸는데 꽉 막힌 반대편 고속도로를 보는 기분. 나는 편하게 들어왔는데 웨이팅이 물 밀 듯 늘어나는 걸 보는 기분. 기다리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 거기서 오는 쾌감이 말로 이룰 수 없다. 이 못된 마음은 언제쯤 줄어들까.. 양수리의 도로 확장으로 인근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길 기도하는 것으로 잠시 회개한다.
아무튼,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두물머리가 인기 있는 비결이 뭘까? 북한강은 빨간색이고 남한강은 파란색이라 두물머리가 보라색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막히는 도로를 뚫고 오는 걸까? 이 질문을 약 10명의 양평 사람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생각해 보고 얘기해 주시면 좋겠다.
두물머리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첫 번째, 유명해서. 두물머리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오른 유서 깊은 관광지다. 양평은 몰라도 두물머리를 아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양평의 자랑스러운 관광지, 그래서 양평의 지역화폐인 양평통보는 두물머리 사진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데 나는 호다. 호호 ^-^
두 번째, 서울과 가까워서. 서울 동부에서 양평은 정체가 없을 경우 40~60분 정도 소요된다. 가볍게 드라이브 다녀오기 좋은 거리라고 생각할 법하다. 정체까진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용감하게 주말에 두물머리를 오는 거겠지-라는 답이 많았다. 주 40시간 이상 일 하는 노동자들에겐 짧은 시간 대비 큰 환기의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의견이 조금 갈렸다. 두물머리는 ‘특별한 환기’를 주는가? 여기에 많은 양평 사람들이 갸웃거렸다. 그야 당연했다. 양평 대부분의 곳이 하늘이 잘 보이고, 트여있다. 심심치 않게 강을 보며 걷고, 운전한다. 두물머리가 특별할 일 없다. 그러나, 관광지 치고 두물머리는 규제 때문에 덜 상업적인 풍경이다.
작년에 해동용궁사를 갔다가 아주 깜짝 놀랐다. 절 입구가 유원지 같았다. 길이 좁아서 그런가, 고객이 더 많아서 그런가, 월미도보다 더 현란하고 정신없는 것 같았다. 그 후에 두물머리를 가니 얼마나 캄하던지. 특히 강이 넓어 강 건너로 모텔이라든지, 휘황 찬란 간판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몫을 했다. 두물머리는 어느 방향으로도 번쩍번쩍한 게 없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니 두물머리는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될만했고, 양평 사람들은 관심 없을만했다. 어떤 어른들도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만했다. 그냥, 평일을 만끽하고 싶을 때 2시간쯤 시간 내어 가서 핫도그 사진이나 찍어 회사 다니는 친구들한테 보내면 된다. 강조하자면, 주말엔 꼭 금지.
아!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을 뻔했다. 핫도그! 두물머리 핫도그는 정말 맛있는가?! 이것도 오랫동안 생각해 온 주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다. 어릴 때부터 핫도그에선 빵만 먹고 햄은 안 먹었던 핫도그 불호인간으로서 처음엔 ’ 빵이 2겹이라 두꺼우니 맛있군 ‘의 소감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날, 명랑 핫도그를 먹고 알았다. 명랑 핫도그는 두물머리 핫도그의 맛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두물머리 핫도그의 맛을 기억하는 한, 명랑에서 소시지 들어간 핫도그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순한 맛과 매운맛 중 나는 압도적으로 순한 맛이 맛있다 생각했는데, 내 친구는 압도적으로 매운맛이 맛있다 하였기에 맛 추천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