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wesome Mar 09. 2021

[아빠도 처음이야] 육아휴직 1일차

낯선 어린이집 적응하기

3월 1일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래 공휴일이니 2일인 오늘부터 본격적인 육아와의 씨름이 시작됐다. 아이는 아직 250일이 채 안됐지만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아내는 일찌감치 복직했고,  나 또한 길게 육아휴직을 쓸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서울형 어린이집'에 다닌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우선순위로 뒀지만 이번 봄학기 입학엔 모두 실패했다. 반면 지금 보낸 어린이집은 받아준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다.

 집에만 있던 아들은 새 터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원 첫 주는 오전 10~11시 함께 갔다왔다. 사실 요즘 아들은 오전 4~5시에 일어났는데 유독 오늘은 6시 넘어서 깼다. 일어나서 분유 시원하게 들이키고 신나게 놀다가 8시30분쯤 잠에 들었다. 10시까지 가야하는데 시간이 애매했다. 보통 쪽잠에 들면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 자기 때문이다. 9시30분은 넘어서 일어날텐데 그러면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고 10시까지 등원할 수가 없었다. 일단 어린이집에 늦을 수 있다고 알렸다.



 다행히(?)아들은 9시30분에 일어났다. 이유식을 폭풍처럼 흡입했다. 분유까지 마시고 옷입고 등원 준비 완료했더니 10시10분. 어린이집에 도착한 시간은 10시15분이었다.

 문을 열자 난리였다. 신발장에 한 여자아이가 엄마를 붙잡고 엉엉 울고 있었다. 영아들은 누가 울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아이도 따라 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발장 넘어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다른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니 동갑 다른 아이가 먼저 할머니와 와있었다. 5개월여 차이가 나서인지 키도 훨씬 컸다. 돌이 지난 아이라 걸어다녔다. 우리 아들은 아직 기어다니는데...

 옷을 벗고 앉히려고 했더니 아들이 갑자기 운다. 아무래도 장소도 낯설고 뭔가 처음보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져서 적응이 안됐나보다. 그래도 아빠가 옆에 있으니 꽉 붙잡고 있다. 어르고 달래고 한 10여분 지나가 울음은 그쳤다. 어린이집엔 아무래도 새롭고 신기한 장난감이 많았다. 아이 입장에선 집에서 매일 똑같은 놀이도구만 보다가 어린이집에서의 새 물품을 보니 눈이 안 돌아갈 수 없었겠다. 40분 정도 지나자 칭얼댔다. 배고플 타이밍은 아닌데 원장선생님이 데리고 나갔다. 잠시 들어와서는 "아이가 이유없이 칭얼대면 환경을 잠깐 바꿔주라"고 조언해줬다.



 1시간 신나게 놀고 집에왔더니 바로 골아떨어졌다. 피곤하긴했나보다. 그 사이 혼자 점심을 챙겨먹었다. 논문 리뷰 좀 하려고 펼쳤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 침대에 누웠다. 한 15분 잤나. 아이가 움직인다. 어느새 맘마 타임이 됐다. 분유를 먹이고 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아들의 분유 먹이는 장면을 보여줬다. 다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정자세로 잘 누워있었다. 평소라면 바로 뒤집어서 또 난리를 피웠을텐데 잘 있었다.

 그런데 낮잠을 자야할 시간인데도 계속 놀고만 있어서 옷을 입고 집 근처 마트와 파리바게트를 돌았다. 혼자서 차에 있는 유모차를 꺼내고 애를 넣었다. 출발한 지 1분 정도 만에 아이는 꿈나라로 들어갔다. 애가 잘 때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뭔가 진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기왕 나왔는데 돌아갈 수가 없어서 이것 저것 장을 봤다. 3월3일 삼겹살 데이라고 한돈 삼겹살 할인이 쎄게 들어갔다. 요거트와 빵까지 좀 사고 집에 돌아갔다. 유모차에서 내릴 때 어깨에 아이를 메고 가는데 집에 도착하면 꼭 잠에서 깬다.

 아이는 분유 먹은지 1시간 조금 지나야 엎드리더라도 토하지 않는다. 그 전엔 엎드리면 토한다. 다행히 외출하고 온 시간은 분유 먹은지 한참 지난 덕분에 엎드리고 기어다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내가할 수 있는 건 TV시청이나 핸드폰 조금 들여다보는 것 정도다. 논문 좀 보려고 했더니 그건 무리였다.



 보행기에 태워놓고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의 메뉴는 소갈비구이와 된장국. 사실 삼겹살 바로 먹으려고 산건데 집에 먹다 둔 소갈비가 있어서 마저 구웠다. 쌀 불려놓고 아이 이유식을 먹였다. 혹시나 좀 더 잘까하는 마음에 토닥여봤는데 손만 빨고 눈은 멀뚱멀뚱 쳐다봤다. 그럼 배고프다는 신호다. 그래서 그냥 이유식먹였다. 다시 보행기에 태우고 이른 저녁을 챙겨먹었는데 뭔가 느낌이 쎄했다. 어디선가 시골 냄새가 났다. 아이 엉덩이를 보니 옷에 이미 변이 묻어있었다. 기저귀를 넘친 것. 할 수 없이 목욕을 시켰다. 그래도 변비인 것보단 낫지 않나 싶다.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아내가 조금 일찍 왔다. 평소보다 약 6분. 보행기 타고 있던 아들은 그대로 엄마한테 달려간다. 종일 같이 있던 집토끼(아빠)보단 10시간 이상 떨어져있었던 산토끼(엄마)가 더 반가운 모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