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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some Mar 09. 2021

[아빠도 처음이야] 내겐 너무 즐거운 월요일

육아보다방송 출연이재밌다니

육아 휴직한 아빠들은 주말이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일손(아내)이 한 명 더 붙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내에게 늘 고맙다. 대학원 3학기 째를 맞은 난 이번 학기에도 어김없이 수업을 듣고 있다. 논문에 주력할 학기이지만 학점은 채워야 하니까.


 재학 중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은 한 학기에 두 번 1박 2일로 과학수업을 꼭 들어야 한다. 코로나 19 덕분에 1박 2일 수업은 '박'은 빠졌지만 온라인으로 토요일 9시간, 일요일 3시간씩 한 학기에 두 차례 수강해야 한다. 6~7일이 딱 그 주였다. 나노기술전략 수업은 정말 뇌를 나노로 나눠버리는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결론은 반도체주 특히 S전자 장기적으로 볼 때 더더욱 성장 가능성이 있고, 미국 반도체가 앞으로 더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점과 작아짐으로써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들의 집합체라는 나노의 새로운 정의를 깨우쳤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대학원 수업을 연이틀 들으면 고단하다. 그래도 아내와 아들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을 갉아먹으니 미안한 나머지 수업 끝나자마자 고양 스타 필드로 향했다. 점심도 먹고 별다방에서 커피도 한 잔 하면서 주말을 즐겼다.

 

 보통의 육아전담 아빠라면 월요일이 다소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내 경우는 사뭇 다르다. 휴직은 했지만 방송 출연은 월요일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수요일에 나가던 프로그램이 월요일 출연으로 변경되면서 월요일은 방송 데이로 삼았다.

 방송 준비와 출연 그 자체도 재밌다. 그런데 육아 휴직 중에 맞는 방송이라 그런지 훨씬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휴직했다고 해서 소홀하게 준비하지 않는다. 시청자 댓글 반응이 매섭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려면 더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오랜만에 여야 정치인들 통화도 하고 보좌진부터 평론가까지 각자 의견을 들으면서 방송에서 풀어낼 내용을 정리한다.


 이 때문에 월요일은 장모님께 하루만 신세를 지기로 했다. 설날 전까진 매일 봐주셨지만 이후엔 그럴 형편이 못 돼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내가 휴직을 하게 됐다. 그렇지만 월요일에 다른 스케줄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10시 20분쯤이다. 아들은 보통 일찍 잠들면 오후 8시, 늦어도 10시 전에는 잠들기 때문에 자는 모습만 보여준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녹초가 되어있는 아내와 마주한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월요일은 내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여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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