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나다

by 최스물

연기를 하면서 마냥 신나고 재밌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웹드라마에 단역으로 캐스팅이 되었는데, 보조 출연을 제외하면 그때는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 촬영하는 것이라 열정적으로 임했다. 동묘 구제 시장을 돌며 의상을 구해서 조연출에게 여러 번 확인받기도 하고, 경기도 어느 외딴 연습실에서 수 차례 액션 훈련을 하기도 했으며(연습은 돈을 주지 않았다) 촬영 당일에는 아침 일찍 도착해서 저녁 늦게 끝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웹드라마는 제작이 중간에 무산되었으며 제작사는 야반도주하여 출연료는 받지도 못했다.


그런 건들이 비일비재했다. 어떤 영화에서 촬영을 여러 번 했지만 주연이 바뀌는 바람에 내가 찍었던 장면이 모두 편집되었고 또 어떤 작품은 촬영까지 다 끝냈지만 공개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미스터 션샤인》에서 단독샷으로 잡힐 기회가 있었다. 그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연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NG가 났다. 한 번 NG가 나자 주눅들게 되고 두 번째도 당연 NG였다. 하지만 세 번째 기회는 없이 바로 교체되었다. 욕은 덤이었다. 나중에 드라마를 보니 앞모습은 쓰지 못하고 뒷모습만 나왔다.


20251126_162252.png 이것은 발연기가 아니다. 손이니까


그 외에도 실수 한 두 번에 욕을 먹고 교체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영화《마녀》에서 요원 역을 맡았는데 첫 등장 촬영 장면에서 요원들 중 제일 앞에서 등장하는 역할이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했고 바로 교체되었다. 그래도 뒤에 또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원샷을 받았지만 하마터면 짤릴 뻔 했던 경험이었다.


179379_439560_263.jpg 하마터면 저 자리에 없었을 뻔 했다


그 외에도 나름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과하다고 혼나기도 하고 액션 실수를 해서 상대 배우를 크게 다치게 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실수를 해가며 조금씩 배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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