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ult란 성인, 어른 두 가지 뜻이 있다. 성인과 어른은 같은 단어 같지만 뜻과 뉘앙스가 다르다. 성인은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뜻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미성년과 성인을 구분할 수 있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몸은 다 자랐을지라도, 생각이 미숙하고 자기 일에 책임을 못지는 성인을 흔히 아이 같다고 말한다. 성인이 되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성숙해야 진정한 어른으로 인정할 수 있다. 생각은 아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모든 행동의 근본은 생각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생각을 음성으로 표현하면 말이고, 말을 문자로 쓰면 글이다. 즉, 생각이 말이고 말이 글이다. 인생을 잘 살려면 말을 잘 하고, 글을 잘 쓰려면 생각이 바로 서야 한다. 생각은 우리 삶 그 자체다.
말과 관련된 자기개발서나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말하기 보다 듣기를 많이 해라', '듣기 7 말하기 3, 7 대 3의 법칙으로 설득하라' 같은 것들이다. 처음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괜히 말실수해서 곤란한 일을 만드느니, 입 닫고 듣기만 하는 게 낫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둘 다 귀만 갖다 대고 있는데, 이게 무슨 대화인가?라는 반감이 생겼다. 심지어 업무로 만난 사람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저 사람은 정보만 캐내 가고 자기 정보는 하나도 안 주네?" 다시 만날 필요를 못 느낄 것이다. 말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말의 질이 중요하다. 질 좋은 말은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관심 있는 정보는 하루 종일 들여다봐도 또 보고 싶다. 어른의 말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질 좋은 말'은 쓸모 있는 말로 해석하면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말도 쓸모가 있어야 듣고 싶어진다.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얘기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사람은 상대하기 불편하다. 살다 보면, 쓸데없는 얘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러면 만나기 싫어진다. 물론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누던 농담이나 허무맹랑한 얘기들은 삶의 활력소였고 좋은 추억이다. 그러나, 어른의 말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 가치는 주관적이다. 나한테 가치 있는 말이 다른 사람에겐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어른의 말은 기술이 필요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에 가치를 부여할 순 없지만, 적어도 쓸데없는 말처럼 안 들리게 말하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어른처럼 말할 수 있는 방법 3가지
1. 취향과 주장을 구분해서 말하라
취향은 자유기 때문에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친구가 제주도 귤 초콜릿이 너무 맛있다며 건넸을 때, 귤 맛 초콜릿은 내 입맛에 안 맞아서 못 먹겠다고 말한다면. 친구는 섭섭할 수도 있다.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맛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친구 입맛엔 맞아도 내 입맛에 안 맞는 건 취향 차이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랑 영화관에 갔다고 치자. 공포와 멜로 둘 중에 고민이다. 여자친구는 멜로가 보고 싶다고 말한다. 공포 영화는 무섭기만 하지 무슨 재미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는 취향을 고백한 것이다. 그런데 눈치 없이, 멜로물 질질 짜는 뻔한 스토리 뭔 재미로 보냐, 여름엔 공포 영화를 봐줘야 한다. 같은 말을 하면 안 된다. 자신의 취향을 설득하기 위해 상대방의 취향을 무시하는 행위는 어른의 말이 아니다. 내 취향이 존중받으려면, 상대방의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
말의 근거와 예시가 모두 주관적이라면 그것은 취향이다.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이면, 취향은 자유다. 상대의 취향이 이해가 안 가더라도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취향(자유)이 존중받기 위해선 타인의 취향(자유)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주장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사실을 입증하려면 논증해야 한다. 논증은 설득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논증이 없으면 상대방은 내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난 비논리적인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명박 지지자에게 '이명박은 나쁜 놈이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쁜 이유와 근거, 예시를 제시하면 인정할 수도 있다. 이명박은 나쁜 놈이다.(주장) 권력을 이용해 부정부패를 저질렀기 때문이다.(이유) 대법원에서 다스의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협의로 징역, 벌금, 추징금을 선고받았다.(근거) 전두환 노태우도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대법원 판결로 구속된 예가 있다.(예시) 이처럼 주장에 이유, 근거, 예시를 적용하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다.
2. 대화 주제를 다양화해라.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학생의 삶은 단조롭다. 학교-학원-집이 기본 루틴이다. 졸업을 하는 순간부터 삶은 풍성해진다. 원하는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관심이 있는 분야에 깊게 파고들 수 있다. 경험을 쌓은 만큼 대화 주제가 다양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자친구가 있었다. 짧은 연애였지만, 일부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리는 주말마다 통화를 했다. 통화 대부분은 대화 보다 침묵이었다. 대화 주제도 별로 없었고, 주제를 길게 말할 어휘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도 여자친구와 자주 통화했는데, 그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로 침묵을 깰 만한 주제를 찾지 못해 '밥 잘 챙겨 먹어'라는 단순한 대화로 전화를 끝내기 일쑤였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의 경험은 풍부해졌다. 여자친구와 밤새 통화할 수 있을 만큼 주제가 넘쳤다. 마음만 먹으면 마음먹은 대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에도 한결같이 단조로운 주제로만 얘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 주제가 서로의 관심사고 항상 흥미롭다면 상관없다. 그런 게 아니라면,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야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친밀도도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비포 선 라이즈'는 남녀 두 명이 주인공이다. 둘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하루 종일 대화만 한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다. 서로의 생각이 일치할 때는 공감하며 어긋날 때는 논쟁하기도 한다. 그렇게 둘의 마음은 점점 깊어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대화 주제의 다양성은 대화 깊이와 비례한다. 친밀도를 올리고 싶다면 대화 주제를 다양화해라.
3. 메모의 생활화
메모의 좋은 점과 위인들의 사례는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익히 잘 아는 내용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우리는 메모의 이로움을 잘 알면서도 여러 가지 핑계로 안 적는다. 내 스마트폰 첫 페이지는 메모장이다. 언제 어디서든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한다. 기록으로만 끝내면 안 적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록한 것은 꼭 다시 곱씹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장기 기억이 된다. 장기 기억이 쌓일수록 지식은 풍부해진다. 지식이 풍부하면 말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다. 주장의 이유와 근거를 세밀하고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고, 다양한 예시로 상대방의 이해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서 유시민이 김영하 작가에게 상식이 참 많다고 칭찬한 적이 있다. 그러자 김영하는 소설가를 많이 안 만나보셔서 그러는데, 자신은 소설가 치고 상식이 없는 편이라고 했다. 작가들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의 방식은 메모다. 메모가 쌓여 글감이 되고 글감은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말 못 하는 작가는 거의 없다. 글은 말이고 생각이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말을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말 잘하는 사람이 대화 하고 싶은 사람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대화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을 못 하면 대화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 시간은 유한한데, 가치 없는 대화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밖에 없다. 어울리기 위해서 대화는 필수다. 대화로 관계를 맺고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다른 사람과 교류 없이 평생 혼자 살 고 싶다면 말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으로 사람들과 교류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면, 어른의 말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