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속에

지구 열탕화 속에 살고 있는 나 [에세이 04]

by 연서글서


이러다 쪄 죽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 이번 여름엔 한 밤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과 3년 전(이 글은 24년도 8월에 씀)까지만 해도 한나절 에어컨 냉기가 가득한 사무실에서만 냉방병을 조심하고, 시원한 산바람이 들어오는 집에서는 선풍기 하나로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닥친 이상 기후, 기후 변화로 인해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던 우리 집도 결국엔 해가 진 밤 마저 새하얀 실외기의 팬을 윙-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젠 집에서도 찹찹한('찹찹하다'가 경상도 사투리라는 것을 글 쓰며 알게 되었습니다. '서늘하다' 보다 덜 차가운 정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찹찹하다'가 어울리기 때문에 고집하겠습니다.) 에어컨 냉기를 조심하며 잠들어야 한다.


하루 종일 실내의 냉기와 외부의 열기 사이에 적응하지 못한 몸뚱이는 엄청난 에너지를 쓰며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체력 고갈로 이어지면 면역력도 뚝 떨어져 결국엔 탈이 나곤 만다. 인공적인 에어컨 냉기가 그래서 난 너무 싫다. 한 번은 그 냉기가 싫어 선풍기 바람에만 의존해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거실 바닥에 착 달라붙어서 바깥에서 부는 후덥지근한 바람과 선풍기 바람으로 연명해 보려 했더니 속에서부터 장기 하나하나가 익어가는 것 같았다. 더위 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이후부터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싶었다. 이젠 여름이면 집에서 에어컨을 매일 틀고 지낸다.


휴일의 나는 널브러져 잠만 자다가 에어컨 냉기가 방안 곳곳에 퍼지기 시작하면 그제서 일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인류에겐 에어컨은 필요악 같은 존재라 생각이 든다. 에어컨 바람이 도달하지 않는 나의 방에는 냉기가 안으로 향하게 거실에 선풍기 머리를 고정해 두고 강풍을 켜둔다. 시간이 지나면 나의 방 안도 시원해져서 그때부터 나는 한 여름에도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우리 집에는 거실에만 에어컨이 있다.)


요즘 나의 취미는 만화책 수집이다. 솔직히 보고 즐기는 것보다 수집으로 즐기는 게 더 큰 것 같다. 아무튼 최근엔 고전 만화책도 구매해 보기 시작했는데 그중 내가 태어나던 해(92년) 완결 난 만화책도 있었다. 한국 SF 만화계 강경옥 선생님의 《별빛속에》가 그 주인공이다. 《별빛속에》는 먼 외계행성에서 온 초능력 외계인들로 인해 한국에서 아버지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던 여고생 유신혜가 우주적 스케일의 숙명에 맞서 싸우는, 뭐 그런 작품인데 첫 장면에 천문학자 아버지와 신혜가 언덕 위에서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참 낭만적이었다.(그 시대에는 흔한 모습이었다는 것이 참 부럽다.)


한 여름밤을 떠올리면 언덕 위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고 "이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던 낭만적인 장면을 떠올리지 않는가. 그 낭만적은 장면들은 이제는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한다. 그마저도 옥상 위에 올라가 평상에서 도심 야경의 빛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대체되어서 말이다. 그 또한 낭만이(되어버렸)다.


지금처럼 너무 더운 시대(요즘은 지구 온난화가 아닌 '지구 열탕화'라고 한다는데 정말 살기 힘들다.)에 살고 있는 우리는 창문 꽁꽁 닫으며 외부에서 불어오는 낭만을 차단한 채 인공의 냉기에 몸을 맡기며 밤을 지새우고 있다. 낭만은 그렇게 옛 시대 문헌 같은 자료 화면으로만 남고 우리는 냉기와 열기의 기후 위기 속을 살아간다. 그 많은 별빛이 내리던 언덕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 글감 주제는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이다. 어떤 글로 써볼까 하다가 최근에 재밌게 읽고 애장 만화책이 된 《별빛속에》가 생각이 났다. 딱 1권까지 읽었을 때였고, 해당 장면은 1권에서 나온다. 그 낭만의 시대를 쓰고 싶었는데 나는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를 경험한 적이 없다. 한국에 어느 곳을 간다면 경험할 수 있을까.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경험한 나의 이야기와 엮어서 탄생한 글이 이번 에세이 글이다.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작가의 경험이 정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럼 판타지, SF 작가들은 그 경험을 해보았냐는 것인데,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우린 상상을 할 수 있다. 이미 대중에게 공개된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과거와 미래에 대한 참고 문헌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작가는 창작을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직종인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작가라는 직업을 무척 사랑하고 진정한 작가가 되기를 언제나 꿈꾸는 나의 낭만의 총집결인 모습이다.


나는 진정한 프로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 꿈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브런치에 나의 글을,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창작물을 여러분께 보일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사한다. 언젠가는 이 글이 엮여 나만의 책으로 서점에서도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나는 낭만을 꿈꾸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