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프롤로그 (시즌2)

by 연서글서

주 5일 꽉 채워 근무하는 직장인의 장르는 무한 반복되는 시간대에 놓인 '루프물'과 흡사 비슷하다. 지난 다이어리들은 어김없이 특별히 기록할 날 없는, 손때 하나 묻은 것 없이 빳빳한 자태 그대로였다. 다이어리는 작년과 올해 두 날 사이에만 스토리가 생성됐다. 마무리와 시작, 후회와 다짐으로 채웠던 보통의 날들은 '늘 같음 상태'(*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였다. 인생의 변곡점 하나 없는 10여 연차 직장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비어있었다.


내게는 다이어리 말고도 탑을 쌓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책이다. 소득자가 되고부터 양껏 내돈내산을 할 수 있게 되자, 지갑 열어 책을 주워 담았다. 표지가 예쁜 책, 남들이 사가는 책, 유명한 책, 등. 내가 할 수 있는 소비 중 가장 욕먹지 않는 품목이 바로 '책'이라서 명분 가진 소비 욕구는 막힘없이 분출됐다. 한 달 도서 지출액이 30만 원이 넘어가도 과소비했다 잔소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책 많이 보는 지식인 취급을 해준다. 책 표지만 볼지라도, 펼치지도 않고 제목만 소비하는 독서라도 말이다. 그렇게 10여 년간 채우고, 비우고, 다시 쌓아 온 책장 속 책들의 완독 비율이 2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기 전까지는 전혀 현실 자각 없이 가득 채웠만 갔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구매하는 소비의 재미가, 책을 읽어 소비하는 재미 보다 더 컸던 나였다. 그런 날이라도 10여 년간 지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이 써보고 싶어졌다. 구매 소비를 전환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게는 독서 노트라든지 크게는 나의 글을 써본다든지. 나는 다이어리를 꺼내 독서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나의 악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장비빨을 세우고자 아이패드를 구매해 굿노트를 사용해 봤다. 나한테는 애플펜슬도 맞지 않았다. 지금 쓰지 않고는 못 버틸 정도로 책을 읽어갈수록 점점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커져 이번에는 인스타 북계정을 생성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숨 쉬는 것 같은 직장인의 능숙한 타자 실력으로 피드를 하나, 둘 쌓아갔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은 SNS 활동과 짜내야 하는 책 리뷰에 힘들었지만 4개월간 꾸준히 쌓아갔더니 어느덧 팔로워는 700명을 넘겼다. 그렇게 나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더 큰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늘 같음 상태'인 직장인이 어디서 글감을 찾아 글을 쓸 수 있을까. 같은 직장인 일지라도 특수 직종은 이야깃거리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루티나는 일들만 하는 보통의 평범한 중견기업의 사무 종사자이기에 그런 일이 손에 꼽혔다. 그런 내가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야기 소재가 없는데? 그렇게 3년이 더 흘렀다.


나는 여러분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나'를 보여주고 싶다. 나는 여기에 변화무쌍하지 않은 사람이 변화무쌍한 글을 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나의 글짓기로 써보려고 한다. 내가 겪은 일상과 감정과 뉴스와 배움 속에서 무색의 나의 일기는 다채로운 색상을 가지고 새롭게 태어나 버라이어트 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었음을, 나는 글을 쓰고 '나'로 살아감을 보여주고 싶다.


시즌 1에는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총 10편의 글을 단 5일 만에 등록해 선보였다. 시즌 2부터는 매주 월, 화, 수, 목, 금 평일 오전 8시에 새로운 초단편소설과 감성에세이를 시즌 1과 같이 나의 글짓기 여정을 녹여 『다시 문학, 다시 글쓰기』를 더욱 풍부하게 채워 나가겠다고 지금 여기에 선언한다.


지금 26년 나의 다이어리는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부터 5년 일기장도 쓰고 있다. 감정 일기도 따로 쓴다. 나는 지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다. '늘 같음 상태'는 3년 간 모였더니 '늘 같음 상태가 아니었음'을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다. 나처럼 나의 글을 써보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그대들에게 이 글이 나아갈 방향에 조금이라도 빛을 비춰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