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외전을 갈망하다 [초단편 06]
"얘들아..."
켜진 스마트폰 배경에는 2년 9개월 전 입대 후, 현재까지도 복귀 소식 한 톨 없는 내 아이돌이 웃고 있다. 나의 카이로스의 시간은 화려한 조명이 우리 애들을 비출 때에 멈춰있는데 내 맘 다 주고, 시간도, 돈도 다 가져간 나의 스타는 도대체 언제 복귀하는 걸까. 한 번은 내 별의 부재가 1년 6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공식에서 "큰 게 온다!"는 광고를 펑펑! 터트렸던 적이 있다. 단연코 우리는 그들일 것이라며 몹시 흥분해 들떠 있었다. 그러나 베일 벗고 등장한 정체는 우리 애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성처럼 등장한 그것은 봄이 오지 않은 빈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가히 'Soda Pop'에서 'Your Idol' 정도의 변화구와 속수무책으로 기존 팬들을 홀리우는 이름 석자가 들어간 설계는 제대로 먹혔다. 처음부터 대형 자본이 투자된 광고 덕도 본 것인지, 초반부터 굉장히 많은 신규 팬들도 유입되었다. 역대급 빠른 속도로 대형 IP가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고백하자면 나도 한때 그들을 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랬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알던 그 맛이 아니었다. 나의 충만했던 스타는 이런 고도의 자극적인 맛이 아니었는데, 조금 더 세심하고 섬세하게 살랑이듯 자극 주어 웃고 울게 만든 그 다정함을 기억하던 나의 떨림의 부재에 결국 몰입하지 못하였다. 갈망은 더욱 커졌다. 몇 번이고 보고 또 봤던 나의 별의 모습이 담긴 콘텐츠만 찾아 여러 번 재탕하며 데뷔일, 생일 기념에는 잡은 물고기를 굶겨 죽지 않을 정도의 밑밥만 던져 주는 듯한 공식이 내주는 콘텐츠와 굿즈들을 소비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즉, 2년 9개월을 버텨온 것이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오늘도 헤드셋에서는 데뷔곡 『마법소년』이 울리 운다. 정작 울렸으면 하는 공식 채널은 조용하다. 뭘 준비하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하는 걸까. 설마 이대로 소식 없이 끝나는 것은 아닌 거겠지? 절대 안 돼! 정말 그렇다면 1인 시위라도 할 각오를 굳게 다짐했다. 씩씩 거리며 열을 내고 있을 때, 카톡이 울렸다.
- 야 너 뭐 하냐.
- https://youtu.be/7ZVK3hgDtVw?si=kwDsjF3c2S7X_wqb
- 요즘 뜨는 애들인데 꽤 반반해. ㅋㅋㅋ 함 봐봐.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감히 지금 다른 아이돌 영상을 나한테 권하는 것인 건가? 이거 완전 미친X 아니야? 충격과 배신감에 잠깐 멈춘 나의 뇌는 답을 바라는 카톡과 함께 바르르 떨렸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함께 우리들의 추억의 일화를 되새김질하며 꺅꺅거렸던 우리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애정은 이렇게 간단히 환승할 수 있는 버스 카드인 것인 걸까? 아무리 공백 기간이 기약 없이 계속 길어지곤 있다 하지만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 것일까? 사랑이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 바뀔 수 있는 것이지? 애초에 사랑이 맞았던 거니?
- 이건 배신이야!
- 아니 ㅋㅋㅋㅋ 그냥 볼만하다는 건데... 뭘 그렇게 흥분하냐?
지금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럼 언제 흥분을 할 수 있는 걸까. 백두산이 터지고 한반도에 대재앙이 불어 닥쳐와야 흥분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이 배신은 노래방에 왔음 예쁜 아가씨들을 불러 같이 놀아야 한다는 못 된 상사와 같은 수준의 폭력이었다. 내가 보기엔 완전 카피캣인데. 정말 실망이 크다! 이 이상 더는 할 답장이 없는 나는 폰을 껐다. 그리고 분노의 마음을 다스릴 반짝이는 별들을 모아둔 굿즈존 앞에 섰다. 얘들아, 난 너희들의 부재에도 꿋꿋하게 내 스타들만을 기다릴 테니 제발 빨리 돌아와 줘. 그립다, 내 아이돌...
사심 한가득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이번 글쓰기 모임의 글감 주제는 「별의 부재」이다. 보자마자 딱 나의 최애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이 떠올랐다. 기약 없는 외전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을 백덕수는 아는가. 이번 글은 초고(모임에 제출한 글)에 비해 조금 많이 수정된 편이다. 쓰다:Re 모임의 룰은 처음 글 감상에는 작가를 밝히지 않고 진행하며, 마지막 글까지 평이 완료된 후 작가 찾기를 진행 한다. 제출글에는 특정할 부분들을 많이 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나의 글임을 확신했다. 거의 다잉메시지를 남겨둔 수준이라고 하는데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인 유튜브 영상 링크의 주소만큼은 차마 다른 아이돌 영상을 올릴 수 없는 극성팬의 마음으로 존재의 숨김을 포기한 채 데못죽 팬이 만든 테스타(TeSTAR) 영상을 링크에 담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제목으로 쓰인 Desiderare 는 라틴어로 '갈망하다'이다. 이 동사를 분해하면 별/별자리를 기다리다는 뜻으로 이들이 기다린 별자리는 황소자리라고 한다. 황소자리가 밤에 뜨면 비로소 봄이 찾아오기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불러올 황소자리가 밤하늘에 보이길 갈망하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 이야기는 모임 후에 들었고, 글감 주제 「별의 부재」와 Desiderare 를 엮은 자전적 소설이 탈고를 거듭해 탄생했다. 나는 갈망한다. 나의 봄, 나의 테스타, 나의 데못죽이 외전과 함께 돌아오기를...
최애하는 것을 아름다운 단어의 어원과 함께 묶어 자전적 소설을 써보는 것 또한 재미가 있었다. 사심은 채우되, 내 감정을 절제하고 글을 쓰기. 화자는 작가가 아니다. 이것은 소설이니까. 그렇게 나를 대변할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법의 글도 있음을 오늘의 초단편소설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