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자

하이큐!! 팬의 헌정글 [에세이 05]

by 연서글서


수많은 항성(Star)들의 반짝임 속에서 오래도록 빛나왔던 너를 나는 알게 되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땐 그저 호기심에 불구했을 뿐인 너를 더욱 빛내 주는 주변의 성운(Nebula)들의 반짝임에 끌렸던 나는 너에게 시선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너를 인식했다.


너를 알고자 나는 나를 썼다. 네가 누구인지, 너는 무얼 좋아하는지, 너와 함께하는 그들은 누구인지,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너의 무엇에 이끌린 것인지, 나는 너를 알고자 하였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 나는 너에게 빠져버렸다. 빛나는 여름날,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한 시간들은 보통의 나날보다 곱절의 배속으로 흘러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 순간은 여태껏 살아온 두 달 중 가장 빠르게 찬란한 유성의 궤적을 남기고 산화해 갔다.


어째서 나는 너를 이제서 알게 되어 이토록 짧은 순간만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일까. 10년 전 너를 알았더라면 너와 오래도록 함께 해온 성운(Nebula)들 중 하나가 되어 너의 주변에서 너를 더욱 빛나게 비춰주며 지금의 내가 알지 못할 옛 추억들을 되새기고 앞으로 있을 기약 없는 미래 속 다시 만날 널 기다림이 좋아 흔쾌히 “또 보자” 하며 떠나보낼 수 있었을까.


난 아직 너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너는 또다시 갑자기 나를 떠나간다. 너와 함께 해서 행복했던 지금 이 순간은 '다시 한번 더'가 없을지라도 너라는 초신성의 폭발의 빛에 잠식된 채 나는 다시 일상 속으로 파묻혀간다.


마치 머금었던 햇살에 차여서 얕은 수심의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


-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2024)으로 입덕한 어느 한 『하이큐!!』 팬의 헌정글




24년의 여름은 '다시 한번 청춘(靑春)'이었다. 코트를 달구는 남고생들의 들끓는 열정 넘친 땀방울이 튀길 때마다 주책없는 삼십 대 누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극장에서 본 그들의 경기에 압도되어 그날 바로 올팬이 되고야 말았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내 가슴속에서 살아 숨셨다. 이 달 글감 주제, 이해인 수녀님의 시 속 문장 「시냇물에 잠긴 하얀 조약돌처럼」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숭고한 팬심을 담은 헌정글을 '다시 청춘'으로 되돌아가게 해 준 고마운 그들에게 바쳤다. 덕질이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나를 청춘(靑春)으로 살게 한다.


당시에는 과연 또 애니 5기 혹은 극장판이 나올까? 신입인 나와 함께 해준 오랜 팬들과 기대 반, 걱정 반 기약 없는 미래에 초조했었는데 최근 27년도(일본 기준)에 새로운 극장판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나는 늦게 한 『하이큐!!』 덕질인 만큼 앞서간 팬들과 다음엔 나란히 즐기기 위해 올해는 원작 만화책 전 권(45권) 소장 및 완독을 목표 잡았다.(애니까지 정주행은 조금 힘들 것 같다.)


언제나 친구는 말한다. "너의 그 미치는 열정 대단해!"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으나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만큼 몰입해서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나는 한 번 꽂히면 깊게 파고드는 성질이 있다. 흔히들 오타쿠 기질이라고 하는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즐기며 쓰는 사람. 활활 불타 오르는 뜨거웠던 연탄재 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는, 알고 보니 인생을 확실히 즐기고 사는 열혈여아. 그게 나였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 소잿거리들이 넘치는 사람인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그런 나를 쓴다. 좋아하는 것을 쓰고, 좋아했던 것을 쓰고, 불호한 것을 알고, 나라는 데이터가 쌓인 채 글을 쓴다. 나는 누구나 가슴속에 열정을 품고 있는 ‘언제나, 청춘’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젊음의 열정을 꺼내 이리저리 뜯어본다면 여러분의 글이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안다. 우리 그렇게 또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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