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를 잇다; 시를 읽고 쓴 답시 [에세이 06]

by 연서글서


내 첫사랑은

세상에 태어나 힘찬 울음에

환희의 눈물을 짓던 어여쁜 그 사람


내 두 번째 사랑은

빠빠인지 까까인지 모를 옹알이에도

기쁨 넘치던 용감한 그 사람


그리고 다음다음다음을 넘어가

맞물린 결실의 황홀함을

선사해 준 또 한 사람


지금 나는 이 모든 사랑 속삭이는 순간을 넘어

내 세계의 무구한 종착역에 도달한 것을 안다


그렇구나

나는 이토록 찬란한 오색 빛깔을 가지고 태어난 너를

사랑하기 위해 모든 순간의 생을 덧없이 살았으며

지고 지는 무르익는 시간을 마침내 건너왔나 봐


내 사랑아

나는 순백의 사랑을 먹고 창살의 사랑을 부수며

흠집과 넘침의 층고가 쌓인 사랑을 배워가며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

너를 사랑할 이 순간의 마주침을 온전히 소화하려 해.


지금을 살아오며 많은 시간을 건너고 사랑을 넘어오며

마모되어 몇 번이고 아름다웠던 세계의 빛깔을 잃었던 내가

다시 너로 인해 완연히 눈이 부신다


내 세계는 지금까지 쌓고 부수고 재구성하던

모든 빛들이 겹겹이 쌓인 사랑들의 산물


너는 나의 지금


너를 만나니 그 세계는 저항 없이 파열한다

나는 너의 세계로 이주한다


나의 마지막 사랑아

세계를 잇는 기적이 곧 너겠지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작가의 감정이 담긴 꾹꾹 눌러쓴 단어의 배열들을 곱씹어 생각하며 읽다 보면 짧은 시 하나가 단편 소설 하나 읽는 것보다 더 오래 소화할 때도 있다. 나는 그래서 시를 어려워한다. 25년 7월 쓰다:Re 모임의 콘텐츠로 서덕준 시인 시선집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가 선정되었을 때 부담이 컸었다.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부터가 나의 숙제였다.


우선 책을 구매해 읽어보았다. 읽다가 나의 시선이 멈춘,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의 시 '지금'이라는 작품에 꽂혔다. 모든 문장이 전부 내 맘 속에 쏙 들었지만 그중에서도 '너의 호흡을 오선보에 걸어보면' '너울진 구름, 동백의 붉음 그리고 바람의 색채, 민들레 꽃씨의 기적이 곧 너겠지' '속눈썹마다 너 사진을 걸어두는 지금' 이 문장들은 다시 보고 또 보아도 아주 뛰어나다 할 수 있다.


이 울림의 순간을 나는 꼭 나의 시로 남기고 싶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시가 나만의 '지금'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내 가슴을 울리는 시를 발견하면 이와 같이 시를 써서 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소화해보려고 한다.


서덕준 시인 시선집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中 '지금' 전문은 아래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한 번쯤은 모두가 이 시를 읽어보았으면 하여 사진을 찍어 남겨두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격이 북받쳐올 명시(名詩)이다.

https://blog.naver.com/choice_c/223933629038


나처럼 그대들도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게 된다면 '나'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시'를 지어 봄이 어떨까 조심스레 추천한다. 문장과 단어의 배열에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시 짓기는 그대들의 글쓰기 향상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감히 확신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