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긴 겨울을 지나온 '온벼리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봄의 위로-

by 최담

언제부턴가 봄이 오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봄은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왔다. 깊은 어둠 속, 꽁꽁 언 대지를 뚫고 나와 꽃망울을 터트리는 작고 여린 꽃은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올해 봄은 고개 들어 기다렸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왔다. 기다림은 설렘이 되었다.

브런치 글벗 이상의 동지적 연대가 느껴지는 온벼리 작가가 치유를 위해 온몸으로 써 내려간 글들이 봄의 절정에 꽃으로 피어났다.

고통과 아픔, 절망과 극한의 인내가 씨앗이었다. 몸부림과 절규, 좌절과 울부짖음을 양분 삼았다. 사랑과 위로, 행복에 대한 깨달음은 햇빛이 되고 물이 되었다.

그 꽃을 피워내기까지 2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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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온기를 가득 품은 심장으로 위로의 문장을 담아 펴낸 책의 표지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펼쳐 보지 않아도 보이는 절실한 치유의 언어들이 꽃잎처럼 흩날렸다. 책을 완독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행간 하나하나와 연결된 시간의 고리가 멀고 깊었다. 순간순간, 걸음걸음마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속울음을 삼켰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끝없는 사랑을 품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랑만큼의 고통을 견뎌 내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을 때 또 멈췄다.

'엄마'를 불러 보기도 전에 아이는 많이 아팠다. 한순간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앞날이 캄캄했다. 무너지고 방황하며 좌절하는 시간 속에서 붙들었던 봄이 올 거라는 희망과 사랑의 힘으로 기어이 살려내고 살아냈다. '새봄'을 향한 희망의 씨앗을 품었다. 숨 막혔던 여름이 갔다.


감히 말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 슬픔과 절망을 온전히 공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젠 말할 수 있다. 작가의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을 통해 제삼자나 타인의 관점에서도 한 사람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오롯이 저며 들어 그 감정과 상태를 공유하고 경험하며 함께 할 수 있다고.

작가가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섬세하게 써 내려간 낱낱의 기록들은 읽는 이를 황량한 가을의 복판으로 속절없이 데려다 놓았다.

원작이 각색 없이 바로 영화가 되어 생생한 화면으로 되살아 났다. '새봄'이는 모두의 아이였다.

자식의 아픔에 동화된 나는 그 계절에 함께 울부짖고 몸부림쳤다. 부모로서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절대적인 헌신의 시간,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 삶 속에 함께 내 던져졌다.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함께 피눈물을 흘렸다.

아프고 막막했지만, 아이를 위해 버텨내고 단단해져야 했다. 아픔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었다. 작가는 아픔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조금씩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다. 많은 고통은 타인이 아니라 나의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통해 다정한 어른이 되는 첫걸음을 내 디뎠다.

아픔의 흔적은 선물이 되고 흉터는 감사가 되어 삶의 가치와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었다. 왈츠의 춤곡과 함께 울고 웃으며 가을을 떠나보냈다.


혹독한 겨울은 봄을 향해 가는 가혹한 시련의 마지막 관문이다. 여전히 견딜 수 없는 극한의 공포와 절망과 마주했다. 차갑고 시린 무수한 겨울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칼로 찢기고 또 찢기는 듯했다. 절규하고 몸부림치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닦고 엄마의 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희망을 품고 , 인내를 쌓고 아이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벅차고 힘들수록 의지는 강해졌고, 심장은 화로의 불꽃처럼 격렬히 타올랐다. 고통의 담금질은 작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 스러지지 않는 사랑이 끝내 아이를 살려냈다. 꽁꽁 언 겨울 강을 뜨거운 심장으로 녹이며 건너갔다.


지금까지 봄은 없었고 있어도 반쪽짜리였다. 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온전한 봄이 찾아왔다.

우리 모두는 내일을 알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함이 눈물겹도록 감사한 일이라고. 진정한 행복과 기적은 비범함에 있지 않고, 고통과 불안이 없는 '무탈한 일상'은 숨 막히고 황량하며 혹독한 계절을 지나온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작가는 깊은 어둠 속, 미로를 헤매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엄마의 이름을 놓지 않았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 자기 안의 상처를 보듬고 다독이며 스스로를 치유해 나갔다. 아이와 함께 떠난 긴 여정의 끝에 빛나는 봄을 맞이했다. 작가는 비로소 다정한 어른이 되었다.


작가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가?

작가는 다정하게 말해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척박한 땅 위를 걷는 삶 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작은 감사를 새기며 온 마음을 다해 오늘을 살아낸다면 기어이 찬란한 꽃으로 피어나는 봄은 온다고. 당신이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든 결코 자신에 대한 다정함을 잃지 말라고.


저마다의 계절을 살아 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봄은 온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이 책을 내밀 수 있어 들뜬 날들이다. 벼리고 벼른 시간들로 다정한 어른이 될 자격을 갖게 해 준 온벼리 작가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느 해 보다 가득한 봄이다.


온벼리의 브런치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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