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써 내려간 '비움'과 '채움'의 기록

분주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

by 최동철

늦잠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오른 산길, 내려가는 발걸음 끝에 촉촉한 흙의 감촉이 전해집니다. 일요일 오전 8시 25분. 휴일의 아침은 아직 고요에 잠겨 있고, 이 한적한 숲길을 온전히 저 혼자 차지하고 있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대지의 감각은 정직합니다. 간밤의 이슬을 머금은 푹신한 흙, 발바닥 아치를 자극하는 단단한 돌멩이,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의 저항. 흐린 하늘 아래 숲은 말없이 저의 무게를 받아내고 있습니다. 발바닥을 통해 지면과 소통하다 보면, 머릿속을 채우던 복잡한 생각들이 발바닥 아래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고요한 평온이 차오릅니다.


지난 며칠은 참으로 삶의 밀도가 높았습니다. 금요일의 바쁜 출장, 토요일 지인들과의 즐거운 산행과 막걸리 한 잔에 담긴 인생 이야기, 그리고 오후의 깊이 있는 공부 모임까지. 사람과 배움 사이를 오가며 마음은 풍요로웠으나, 몸은 조금씩 피로가 쌓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오후에는 다시 원주로 향합니다. 존경하는 분의 뜻깊은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나서는 길, 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올 '월요병'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숲의 정막 속에서 저는 깨닫습니다. 인생은 결국 '동(動)'과 '정(靜)'의 조화라는 것을요. 주역에서 말하는 음양의 이치처럼, 바쁜 활동(陽)이 있으면 이토록 고요한 사색(陰)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음속에 담아둔 세 가지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숲길을 걷듯 그저 한 걸음씩 틈틈이 해나갈 뿐입니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발바닥에 집중하는 것처럼, 내일을 향한 걱정보다는 오늘 마주할 인연과 풍경에 온 마음을 다하려 합니다.

흐린 날씨는 오히려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더없이 좋은 조명입니다. 이 조용한 숲에서 얻은 맑은 기운으로, 오늘 하루를 그리고 다가올 한 주를 맞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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