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새벽, 비워낸 자리

금요일 새벽 3시 28분, 달콤한 쉼을 마중 나가는 발걸음

by 최동철

새벽 3시 28분. 세상이 가장 깊게 잠든 시간, 간밤에 내린 비와 눈이 산등성이에 하얀 눈꽃을 피웠습니다. 집을 나설 땐 잠잠하던 하늘이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빗방울을 떨굽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곧 비가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은 차갑지만 정직합니다. 살짝 녹아 있는 길의 진득함과 그 옆으로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의 서늘함이 교차하며 발바닥을 자극합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전해지는 이 생생한 감촉은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발밑으로 끌어내려 대지로 흘려보냅니다. 우리 삶의 소란도 결국은 지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은 머릿속이 조금 복잡한 날입니다. 3월의 첫 주를 끝마치며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습니다. 오늘 밤 늦게까지 이어질 업무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울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찹니다.


주역(周易)의 원리처럼, 극에 달하면 반전이 일어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고된 한 주의 끝자락인 금요일은 곧 다가올 '달콤한 휴식'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 정상에 다다르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습니다. 제 마음의 소란도 이 비처럼 깨끗이 씻겨 내려갔음을 느낍니다.


한 주를 잘 끝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은 이제 '기분 좋은 에너지'로 변했습니다. 내일의 휴식이 달콤한 이유는 오늘을 온전히 살아낸 발걸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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