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머물다 간 자리, 비로소 보이는 금요일
새벽 3시 27분. 어김없이 산길을 내려갑니다.
머리 위로는 북두칠성이 선명하게 빛나고, 달빛마저 숨은 고요한 어둠 속에서 오직 제 발바닥만이 땅과 대화하며 깨어납니다.
며칠째 지독한 치통에 시달렸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넘겼을 통증이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길고 깊게 머물다 갑니다. 얼굴이 부어오를 정도로 심했던 통증이 금요일이 되서야,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나을 때가 되어서인지, 아니면 '금요일'이라는 안도감이 몸의 긴장을 풀어준 덕분인지 모르겠습니다.
뺨에 닿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한낮의 볕은 완연한 봄이지만, 새벽의 대지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토록 기다린 '봄'이란, 따뜻함 그 자체가 아니라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열기 사이에서 잠깐 지나가는 찰나의 균형이 아닐까 말입니다. 제 마음이 '봄'이라 정의하는 순간 비로소 계절은 완성됩니다. 지독했던 치통도, 매서운 새벽공기도 결국은 지나가는 파동일 뿐입니다.
이번 한 주, 참 길게 느껴졌습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뛰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지만, 돌아보면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매 순간 '최고'였는가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쉼표처럼, 제 일주일도 중간중간 게으름과 쉼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게으름조차 삶의 리듬임을 인정하려 합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만으로는 화살을 날릴 수 없듯이, 치통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이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을 즐겨보려 합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땅의 단단함을 믿고, 새로운 계획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갈 에너지를 얻습니다. 아쉬움은 산에 두고,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금요일의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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