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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록 Sep 13. 2021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나를 다시 의자에 앉게 만든 한 줄


쓰는 사람, 그리고 써야만 하는 사람인 내게도 주기적으로 슬럼프는 온다. “이 문장은 이래서 별로고, 이 문장은 이래서 별로야.” 나를 까 내리는 자아가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이 시기가 오면 시작은 했으나 끝을 맺지 못한 글, 다 썼지만 성에 안 차서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보관함에 켜켜이 쌓인다. 오늘 아침에도 자괴감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임시 저장될) 글을 쓰는 중이었다. 그때, 브런치 앱에서 다음과 같은 푸시가 도착했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 벌써 2주가 지났으니 다시 힘내서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알림이었다. 꾸준함과 재능, 두 단어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깨달았다.



2주간의 공백이 생긴 이유

결국 두려움 때문이었다. 글쓰기는 내게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잘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 뒤에는 '못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못했다고 평가받으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따라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두려움이 두려움에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의심을 낳는다는 데에 있었다. 전공을 포기하고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선 내 선택이 옳았을까? 내 역량으로 이 치열한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안 될 놈인가?




이런 비관을 일삼던 내게, 오늘 아침 브런치의 푸시는 내가 처음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를 떠올리게 했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지만 성실함은 있다. 꾸준함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행위 ─ 기록을 하자'.



나는 '잘 쓴다'의 동사도 결국은 '쓴다'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쓰는 걸 두려워할수록 잘 쓸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재능이 있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지만, 일단 실천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재능을 갖게 된다. 꾸준함이라는 재능.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두 발로 걷거나, 옹알이를 하거나, 스스로 먹기 시작하는 일. 그런 '처음'은 갓난아기에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수많은 처음이 존재하며, 그때마다 우리는 미숙하고 부족하고 우스꽝스러워도 괜찮다. 그게 자연스럽다.



어쩌면 우리를 정말 다르게 만드는 것은, 처음이 아닌 '다음'일 지도 모르겠다. 못하는 게 두려워서 시작을 못하고 가만히 있거나, 나의 가능성을 재단하고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버리는 것이 아닌 '나의 구림을 버티고 수많은 다음을 만들어가는 것'. 아주 조금씩 덜 구려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어떤 일이든 능히 할 수 있게 되는 '재능' 역시 그런 끈기나 존버력 사이에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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